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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반달곰 생존 미스터리…지뢰 냄새로 피한다?

중앙일보 2019.05.12 10:16
지난해 10월 DMZ 안에서 찍힌 새끼 반달가슴곰 사진. [사진=환경부 제공]

지난해 10월 DMZ 안에서 찍힌 새끼 반달가슴곰 사진. [사진=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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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oins.com/article/23461434

내가 DMZ에 곰 있다 그러니까 안 믿고 웃은 소대장이 생각나네(gmrw****)

 
지난 8일 ‘DMZ에 새끼 반달가슴곰이 산다…“최소 3마리 서식”’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반달가슴곰의 서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일부 독자들은 ‘TOD(열영상감시장비) 잡다가 발견하고 체증 따서 돌려보고 그랬는데(wlgu****)’ 등 자신의 경험담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DMZ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남방한계선은 경계 장비가 몇 겹으로 설치돼있고 경비도 삼엄해, 반달가슴곰이 남쪽에서 DMZ로 넘어갔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 사진은 경기 연천 GOP 철책의 모습. 철책에 흰색 그물망인 광망이 촘촘히 덮여있다.[사진 육군 제공]

남방한계선은 경계 장비가 몇 겹으로 설치돼있고 경비도 삼엄해, 반달가슴곰이 남쪽에서 DMZ로 넘어갔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 사진은 경기 연천 GOP 철책의 모습. 철책에 흰색 그물망인 광망이 촘촘히 덮여있다.[사진 육군 제공]

가장 큰 궁금증은 철책선으로 둘러싸인 DMZ 안에 어떻게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사는 것인가입니다. 반달가슴곰들은 DMZ에 쭉 살던 곰들일까요? 아니면 어디서 넘어온 곰들일까요? 
 
일단 국내에는 ‘야생’ 반달가슴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이 포착된 건 2002년이 마지막이고, 설악산은 1983년 암컷 한 마리가 사냥꾼에 의해 사살된 채로 발견된 이후 반달가슴곰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복원사업을 거쳐 지리산에 방사된 개체 61마리가 지리산 일대에 서식 중입니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이 남방한계선을 넘어서 들어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방한계선은 경비가 워낙 삼엄해, 작은 곰이든 큰 곰이든 넘어갈 가능성이 ‘제로(0)’라고 합니다.

  
반면 북한 금강산 일대에는 야생 반달가슴곰이 산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북방한계선은 남방한계선만큼 튼튼하지도 않고 전력 상황이 좋지 않아 철책에 흐르는 전류도 자주 끊기기 때문에 환경부 관계자도 “부모 곰의 경우 북방한계선 쪽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네요.
 
한 가지 더. 환경부가 1998년에 국내 반달가슴곰 전체 분포조사를 했을 때 ‘DMZ에서 반달곰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보고는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사진으로 실체가 확인된 바가 없어, 지금까지 ‘DMZ에 반달곰이 산다’고 단정 짓지 못했던 것이죠. 어디에서 왔든, 반달가슴곰은 수십 년 전부터 DMZ에서 살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DMZ 지뢰밭 천지인데 괜찮을까?
반달가슴곰은 '지뢰밭'인 DMZ 안에서도 지뢰의 쇠 냄새를 맡고 잘 피해다닐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장병들이 지뢰탐지 및 제거작업을 벌이는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반달가슴곰은 '지뢰밭'인 DMZ 안에서도 지뢰의 쇠 냄새를 맡고 잘 피해다닐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장병들이 지뢰탐지 및 제거작업을 벌이는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DMZ는 1953년 이후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지역입니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있는 지역이기도 하죠. 댓글에서도 ‘지뢰가 제일 많아도 야생동물이 살기 제일 좋은 땅(dig0****)’ ‘지뢰 밟고 죽을 가족들입니다(slow****)’ 등 지뢰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었습니다. 반달가슴곰들은 DMZ에서 지뢰를 피해 잘 살 수 있을까요?

 
일단 답은 ‘그렇다’입니다.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이사현(47) 남부복원센터장은 “곰은 후각이 굉장히 예민해서, 쇠 냄새를 맡는다. 하물며 묻힌 지 시간이 많이 지나 녹이 슨 쇠는 당연히 냄새를 포착하고 피해갈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실제로 최전방에 근무했던 군인들이 ‘동물들은 지뢰밭을 지나가도 지뢰를 안 밟고 무사히 지나가더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곰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쇠 냄새를 맡고 피해간다”고 하네요.  
  
3마리뿐? 왜 지금까지 안 찍혔지?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생태학습장의 반달가슴곰. 국내에 반달가슴곰은 지리산 등지에 62마리, 국립공원공단의 종복원기술원에 18 마리, 서울대공원에 2 마리, 청주동물원에 1 마리가 살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생태학습장의 반달가슴곰. 국내에 반달가슴곰은 지리산 등지에 62마리, 국립공원공단의 종복원기술원에 18 마리, 서울대공원에 2 마리, 청주동물원에 1 마리가 살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앞선 설명대로 지뢰도 잘 피하고, DMZ 안에서 쭉 살고 있었다면 개체 수가 더 많을 수도 있을 텐데요.  

 
반달가슴곰은 사람처럼 부부를 이뤄 가족 단위로 사는 게 아니라, 각자 따로 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시기가 맞으면 새끼를 배게 됩니다. 반달가슴곰의 번식 주기가 2년으로 알려졌지만, 번식기에 암수가 마주치지 못하면 번식이 되지 않는 것이죠. 실제로 종복원센터에서 2004년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수컷 두 마리, 암컷 네 마리를 방사했지만 처음 새끼를 낳은 건 6년 뒤였습니다.
 
그래서 이사현 센터장은 “새끼 한 마리가 발견됐다면, 암컷과 수컷 개체가 더 많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암컷 한 마리, 수컷 한 마리만 있는 환경에서는 번식이 이뤄질 확률이 매우 적다는 판단입니다.
 
엄마 반달가슴곰이 새끼 반달가슴곰 두마리에게 나무타기 훈련을 시키고 있는 모습. 반달가슴곰은 한번에 새끼를 보통 두 마리씩 낳는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제공]

엄마 반달가슴곰이 새끼 반달가슴곰 두마리에게 나무타기 훈련을 시키고 있는 모습. 반달가슴곰은 한번에 새끼를 보통 두 마리씩 낳는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제공]

또 반달가슴곰은 대부분 한 번에 새끼를 두 마리 낳습니다. 천적이 없어서 대부분 살고, 경험이 부족한 첫 출산 새끼가 가끔 죽는 경우 외에는 모두 둘씩 건강하게 자란다고 합니다. 
 
이번에 사진에 찍힌 아기 반달가슴곰도 형제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에 포착된 사진은 새끼 한 마리지만, 그 배경에는 형제곰 한 마리, 암컷과 수컷 성체 여러 마리가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첫 반달곰 포착, 어떻게 가능했나? 
지난해 11월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입구에 자물쇠를 채우는 국군 장병들. DMZ 내 출입은 철저히 군부대의 협조로 이뤄지기 때문에, 반달가슴곰의 생태조사 장비도 군 부대에 부탁해 설치한다. 보안 때문에 생태 전문가가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곰이 다닐만한 최적의 위치가 아닌 사람이 다니는 길 위주로 장비가 설치된다. [뉴스1]

지난해 11월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입구에 자물쇠를 채우는 국군 장병들. DMZ 내 출입은 철저히 군부대의 협조로 이뤄지기 때문에, 반달가슴곰의 생태조사 장비도 군 부대에 부탁해 설치한다. 보안 때문에 생태 전문가가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곰이 다닐만한 최적의 위치가 아닌 사람이 다니는 길 위주로 장비가 설치된다. [뉴스1]

‘어케 찍었누(gksw****)’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DMZ에, 환경부의 ‘무인생태조사장비’는 어떻게 설치되는 걸까요?

 
DMZ 내 생물자원에 대한 조사는 전적으로 전방 군부대의 협조로 이뤄집니다. 국립생태원 현장조사관들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무인생태조사장비를 군대에 맡겨 설치합니다. 동물들의 키를 고려해서 지표면에서 80㎝ 높이에 설치하는 게 최선이지만, DMZ 안쪽 현장 환경에 따라 군인들이 판단하고 장비를 설치하기에 정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DMZ 안에서도 군인들이 다니는 통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위치 등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태조사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보안 때문에 이게 최선이라고 하네요. 장소 제약 없이,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닌 ‘곰들이 잘 다니는 통로’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었다면 더 일찍 반달가슴곰을 포착할 수 있었을 거란 말도 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에 동물이 찍히는 경우도 있지만, 보안 때문에 공개될 수 없고, 국립생태원의 장비에 뭔가 찍히는 경우에도 보안 검사를 거쳐 한참 뒤에나 사진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반달가슴곰 사진도 지난해 10월에 찍힌 사진입니다. 
 
낮잠을 자다가 카메라를 쳐다보는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제공]

낮잠을 자다가 카메라를 쳐다보는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제공]

DMZ가 ‘천혜의 환경’이라는 보도에, ‘지리산에서 복원하지 말고 DMZ에 풀어줘라(zzbb****)’는 댓글도 있었는데요. 이사현 종복원센터장은 “반달가슴곰은 각자의 영역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한다. 어떤 애는 10㎞, 어떤 애는 15㎞ 반경까지도 다닌다”며 “DMZ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건 사실이지만, 폭이 4㎞밖에 안 되는 DMZ에 모든 곰을 다 몰아넣는 건 오히려 해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기사를 본 독자들은 ‘통일이 되더라도 DMZ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 남겨두자(bruc****)’ ‘제발 인간들이 건드리지 않기를(lsw0****)’ 등 DMZ에 사는 반달가슴곰의 미래를 함께 걱정해줬습니다. 독자들의 바람대로 DMZ의 반달가슴곰이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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