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 왕자 발길에 딱 맞춰→하회마을 123m '섶다리' 등장

중앙일보 2019.05.12 10:07
하회마을 섶다리가 12일 개통됐다. [사진 안동시]

하회마을 섶다리가 12일 개통됐다. [사진 안동시]

 하회마을 섶다리가 개통 행사 중 한 장면. [사진 안동시]

하회마을 섶다리가 개통 행사 중 한 장면. [사진 안동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에 12일 길이 123m '섶다리'가 생겼다.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강 건너 옥연정사 앞까지를 잇는 전통 방식의 보행 다리다. 
 

전통 섶다리 12일 개통해
영국 왕자 방문에 맞춰서
하회마을 새 관광 콘텐트
6월까지 한시적 운영계획

안동시에 따르면 이날 개통한 섶다리의 다리 폭은 1.5m다. 성인 한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너비다. 강에 'Y'자 지지대를 세워 강 수면에서 공중으로 60cm 정도 띄워 세웠다. 콘크리트나 알루미늄 같은 재료는 쓰지 않았다. 통나무·솔가지·흙·모래 등 옛날 전통 방식 자연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강 건너 부용대 정상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전경. [중앙포토]

강 건너 부용대 정상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전경. [중앙포토]

 
하회마을은 2010년 지정된 세계유산이다. 조선시대 양반문화가 독특한 주거문화와 함께 오랜 세월 잘 보존돼 있어서다. 콘크리트 다리 대신 전통 방식의 섶다리가 세워진 이유다. 
 
하회마을엔 과거에도 섶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1828년 화공 이의성의 병풍에 하회마을 섶다리가 보인다. 이의성은 안동 도산서원에서 예천 지보에 이르는 낙동강 줄기명승지를 여덟 폭 병풍에 묘사했다. 이 중 한 폭이 하회마을이다. 병풍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이의성 병풍에 담긴 하회마을 모습. 오른쪽 한편에 섶다리가 보인다. [안동시]

이의성 병풍에 담긴 하회마을 모습. 오른쪽 한편에 섶다리가 보인다. [안동시]

 
1960년대까지 섶다리가 하회마을에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전국적으로 이런 섶다리를 설치한 시골 마을은 가끔 보인다. 하지만 하회마을 섶다리처럼 길이가 100m가 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섶다리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장마 전인 오는 6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섶다리 개통은 영국 '로열패밀리 맞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14일 하회마을을 찾기 때문이다. 
 
더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하회마을 모습을 왕자에게 보여주고, 외신 등 세계적인 관심이 몰렸을 때 섶다리라는 마을의 새 관광 콘텐트 홍보도 가능해서다. 
 

지난해 말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는 영국 여왕을 만난 자리에서 “왕실 가족을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2019년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한국을 다녀간 지 20주년 되는 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왕은 “1999년 안동 하회마을에서의 추억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국 여왕이 이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앤드루 왕자는 14일 안동에 있는 경북도청을 찾아 기념식수를 하고 섶다리가 있는 하회마을로 간다. 그는 하회마을에서 ‘로열 웨이’ 명명식을 주관한다. 로열 웨이는 1999년 여왕이 하회마을과 농산물도매시장, 봉정사를 돌아보며 지나간 길(32㎞)을 말한다. 
 
안동시는 여왕과 왕자가 찾는 이 길을 ‘로열패밀리’가 찾은 길이라는 뜻에서 로열 웨이로 명명한다. 로열 웨이 명명식은 하회마을의 충효당에서 진행한다. 충효당은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을 찾았을 때 있었던 일화로 유명한 곳이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이다.  
하회마을 섶다리가 12일 개통됐다. 개통을 알리는 북을 치고 있다. [사진 안동시]

하회마을 섶다리가 12일 개통됐다. 개통을 알리는 북을 치고 있다. [사진 안동시]

 
당시 여왕이 충효당에 오르면서 신발을 벗고 올랐다. 영국에선 발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어 외신 기자들이 여왕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했다고 전해진다.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당시 생일상을 받는 모습.[중앙포토]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당시 생일상을 받는 모습.[중앙포토]

 
앤드루 왕자는 하회마을의 고택인 담연재에서 여왕 생일상을 대신 받는다. 93세인 여왕의 생일은 4월 21일이지만, 안동 방문 20주년을 기념해 안동시가 한 번 더 생일상을 근사하게 차리는 것이다. 왕자는 생일상을 받고 영국에서 미리 챙겨온 여왕의 감사 메시지를 읽는다. 
 
섶다리 역시 왕자는 하회마을 이곳저곳을 돌며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왕자는 여왕이 들렀던 안동 농산물도매시장과 봉정사도 찾는다. 여왕이 한 것처럼 범종을 타종하고 돌탑을 쌓고 대웅전을 관람할 계획이다. 봉정사와 하회마을 등에는 여왕 포토존이 설치된다. 하회마을 등 곳곳에서 풍물·국악 공연도 펼쳐진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