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편, 내 주름살 어떻게 할 거야? 책임져!

중앙일보 2019.05.12 10:00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19)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마누라의 아킬레스건은 유별나다.
이 녀석은 마누라의 몸 한구석에 숨어 있다가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무척 당황하게 한다.
 
새파랗게 젊은 어느 날 아내는 느닷없이 물었다.
“나, 이뽀?”
“엉? 이, 이 이쁘냐고?”
“왜 말 더듬어? 단물 다 빼더니 이젠 한물갔다 이거지?”
마누라의 몸속 아킬레스건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주먹질한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할미가 된 마누라.
그 할미 얼굴의 주름살 아킬레스건은 지치지도 않고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다가 수시로 폭발하곤 한다.
“왜 빤히 나를 쳐다보는 거야?
내 얼굴 주름살이 더 굵어졌어? 난 몰라!
그러기에 내가 진즉 성형 수술한다고 했었잖아. 왜 말렸어? 책임져!”
 
황당하다. 아니 미친다.
이럴 땐 내 몸속에 깊이 숨어있던 ‘성깔’이 당당히 일어나
“무슨 소리야! 생긴 그대로 사는 게 좋아. 왜 가짜로 살려고 해!”
라고 꽥 쏘아붙였어야 했다.
그런데 도대체가 이 녀석은 어디에 숨었는지 쥐 죽은 듯 제 몸만 사리고 있다.
 
망할 놈!
이놈의 ‘성깔’도 이젠 쥔장 닮아 늙어 기를 못 쓰고
한쪽 귀퉁이에 처박혀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란….
정말 못 봐주겠다.
어휴~!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강인춘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필진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 신문사 미술부장으로 은퇴한 아트디렉터. 『여보야』 『프로포즈 메모리』 『우리 부부야? 웬수야?』 『썩을년넘들』 등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이제 그 힘을 모아 다시 ‘웃겼다! 일흔아홉이란다’라는 제목으로 노년의 외침을 그림과 글로 엮으려 한다. 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