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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 판단 권한은 독일 본사에"… BMW코리아와 경찰, 막판 수 싸움

중앙일보 2019.05.12 08:00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왼쪽).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8월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연합뉴스ㆍ경남지방경찰청]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왼쪽).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8월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연합뉴스ㆍ경남지방경찰청]

지난해 화재가 잇달아 발생한 BMW의 차량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한국 법인 최고 윗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두고 BMW 측과 경찰이 막판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일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을 불러 조사한 경찰은 기소의견 송치에 무게를 두고 주말까지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진행했다.
 
김 회장은 BMW 차량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김 회장은 “자체적으로 결함을 확인한 즉시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리콜을 실시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진술은 그동안 BMW가 발표해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BMW는 지난해 7월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사고가 있어 원인 규명을 위해 실험해왔는데 최근에야 EGR(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리콜을 실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ㆍ관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신빙성을 두고 있다. 당시 조사단은 “이미 2015년 10월 BMW 독일 본사는 EGR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을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며 “리콜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불에 탄 BMW 차량. [연합뉴스]

불에 탄 BMW 차량. [연합뉴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BMW코리아 같은 자동차 수입사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차량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폐ㆍ축소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될 수 있다. 이에 BMW코리아 김 회장은 “유사 사고를 계기로 그 원인 규명에 착수한 것만으로는 ‘결함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 유사 사고가 있었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여러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것 아니냐”며 사실상 은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김 회장은 EGR 설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국법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주장도 해 왔다. "한국 현지 사정에 맞는 차량 판매 기능은 BMW코리아가 발휘하고 있다”면서도 차량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EGR에 대한 안전성 평가도 모두 본사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국내 법인과 그 관련자에겐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지능범죄수사대에서 BMW 차량 연쇄 화재와 관련, 차량 결함 은폐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지능범죄수사대에서 BMW 차량 연쇄 화재와 관련, 차량 결함 은폐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김 회장 소환 전 본사에 있는 기술 책임자를 소환해 관련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본사 기술 책임자와 김 회장의 진술 중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지 최종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김 회장은 “리콜 시점과 대상 등 거의 모든 결정권도 BMW본사에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조사 당시에도 기술분석자료의 제출이 늦어진 점이 결함 은폐 정황으로 지적됐는데, 이 역시 “본사와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 방식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을 뿐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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