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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가 정말 라디오 스타를 죽였을까

중앙일보 2019.05.12 05:30

“앞으로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장영화 oeclab 대표, 폴인 스토리북 <5년 뒤, 누가 변화를 이끌 것인가> 중에서
 
[폴인을 읽다] 비디오가 정말 라디오 스타를 죽였을까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고 단정하는 버글스의 노래는 급변하는 시대상의 상징입니다. [사진 아일랜드 레코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고 단정하는 버글스의 노래는 급변하는 시대상의 상징입니다. [사진 아일랜드 레코드]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아마 이 노래 전체를 다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지라도 이 후렴 부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영국 출신의 듀오 밴드 버글즈(The Buggles)가 이 노래를 발표한 게 1979년이라고 합니다. 벌써 40년이 흘렀는데도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해야 할까요. 여전히 우리의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정말 좋은 노래지만 이 음악이 오늘날에도 강한 생명력을 갖는 것에는 또 다른 맥락이 있습니다. 이 노래는 대중 음악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상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단면을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어”라며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지요. 사실 이제는 이미 너무도 뻔한 클리셰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왜 ‘죽였다(killed)’라는 과거형을 썼을까요? 현재형과 미래형도 있는데 말이죠. 시제에 따라 관점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죽이고 있다’나 ‘죽일 것이다’ 같은 현재형과 미래형에서는 아주 작을지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에서 라디오 스타는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라디오 스타의 죽음을 단정한 이 노래가 흥겨운 리듬과는 달리 일종의 엄숙한 장송곡처럼 느껴집니다.
 
“시장의 예측 자체가 불가합니다. 새로운 경쟁자와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엔 어떤 경쟁자가 나올지 모릅니다.”
 박세헌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HR 담당 수석, 폴인 스토리북 <5년 뒤, 누가 변화를 이끌 것인가> 중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항상 불안감을 느낍니다. 러다이트 운동도 그런 맥락이었을 겁니다. [사진 위키미디어]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항상 불안감을 느낍니다. 러다이트 운동도 그런 맥락이었을 겁니다. [사진 위키미디어]

 
‘불확실성의 시대’으로 정의되는 오늘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두려움은 오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산업혁명이 한창인 19세기 초반 영국에서는 ‘러다이트(Luddite)’라는 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납니다. 기계에 일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사회를 뒤덮으며 극단적이지만 절박한 움직임이 일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미 선언된 라디오 스타의 죽음, 기계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상실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과 달리 라디오 스타는 여전히 살아 있고 우리는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라디오 매체는 다시 각광을 받았습니다. 기계와 인간 역시 많은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나름의 공존법을 터득했지요.
 
물론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비디오로 대중문화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라디오는 급격한 쇠락을 겪었지요. 새로운 위협도 등장합니다. 과거 기계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인공지능’이 새롭게 큰 낫을 든 저승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낫에 베이지 않으려면, 그래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의 스토리북, <5년 뒤, 누가 변화를 이끌 것인가>에는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건네는 조언이 담겨있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장영화 oeclab 대표는 변호사를 그만 두고 낯선 영역에서 창업이라는 도전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예측하고 목표를 정하고 준비하기보다 내 마음의 물음표를 따라서 자꾸 시도하고 경험을 쌓고, 시행착오를 통해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배달의민족의 인사 담당 수석은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을까요. 박세헌 수석은 기존 인재의 조건을 잊으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소비층이 증가하면서, 소위 말하는 '스펙 좋은 사람'은 점점 인재로서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배민이 얼마나 다양한 인재를 찾고 있는지, 그가 소개하는 사례를 통해 만나보시죠. 
 

"배민의 브랜딩을 기획한 분 중에는 치기공을 전공한 뒤 치과에서 근무하셨던 분이 계십니다. 치과에서 치기공사 일을 하면서, 치과 원장님이 홍보 좀 해보라고 해서 돈이 별로 안 들어가는 SNS 마케팅을 하기 시작한 거죠. 그걸 배민이 마케팅 실장님이 보시고 입사를 권유하면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폴인(fol:in)의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스토리북 <5년 뒤, 누가 변화를 이끌 것인가>의 표지 [사진 폴인]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현재의 소멸’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의문입니다. 오늘날 라디오 스타가 죽고, 무수히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가 다시 번지고 있습니다. 이 공포는 '새시대의 새일꾼’이라는 모토 아래 ‘기업가 정신’과 ‘다양한 경험’ 등 새로운 이상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라디오 스타는 죽었으니 이제 모두 비디오 스타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엄연히 살아있는 데도요.
 
여전히 빛을 발하는 라디오 스타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시대의 변화가 아닐지 모릅니다. 불확실한 시대라는 불안감을 강조하면서 제시되는 확실한 생존법, 이 역설적인 이상향에 따라가라고 말합니다. 미래가 어떨지 알 수 없다고 역설하면서 우리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인재상은 확실한 걸까요?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의 가치를 의미하는 라디오 스타를 다시 죽이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이두형 객원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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