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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정책회의에선 오랜만에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관영 원내대표가 자진사퇴를 결정하면서, 회의 참석을 거부해 온 바른정당계 유의동‧하태경 의원과 국민의당계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유의동 의원이 “사퇴 결정은 오래간만에 보는 ‘바미스럽지 않은’ 결정”이라고 하자 김 원내대표가 웃으며 유 의원을 쳐다봤다. 

 
 
김 원내대표는 8일 “당의 상처와 어려움을 모두 책임지고, 15일 차기 원내대표 선출 즉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그가 당 소속 국회 사개특위 멤버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강제 사보임시켜 반발이 터져나온지 13일 만이다. “다른 당과 합당이나 연대 없이 기호 3번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통합 당시부터 건건이 부딪혀온 국민의당 호남계와 바른정당계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이의 벽)’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패스트트랙 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김관영 원내대표를 9일 밀착마크했다.
 
회의 직후 만난 취재진에게 김 원내대표는 “솔직히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일 자신을 찾아 사퇴를 촉구했던 여성 의원들 중의 한 명인 신용현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손학규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사무실까지 함께 이동해 30분 남짓 비공개 면담을 하면서 위로의 뜻을 전했다.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신용현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 축사가 끝난 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만나 함께 김 원내대표의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신용현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 축사가 끝난 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만나 함께 김 원내대표의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며칠 전부터 예정됐던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예방과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의 상견례도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김 원내대표는 홍 부총리에겐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이 원내대표에겐 “한국당의 개헌 논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김 원내대표와 일문일답.
 
다소 갑작스런 사퇴였다.
“사실 결의문을 미리 작성해갔다. ‘이 당에서 끝까지 간다’는 데에 의원들이 전부 의견을 모아서 당의 진로가 정해지고, 그 진로에 김관영이 조금이라도 화합의 걸림돌이 된다면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의총에선 사실상 의원 전원이 김관영 사퇴를 요구한 걸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 진행 과정에서 당의 상처가 큰 게 사실이다. 당 화합을 위해서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제가 물러나야 한다는 순수한 취지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김관영 사퇴→손학규 무력화→한국당과 합당의 순서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보여서 사퇴를 거부했던 거다. 그 가능성을 결의문으로 일축했으니 편하게 내려왔다.”
 
결의문이 무슨 구속력이 있나. 정말 지켜질 거라고 보나.
“국민과 약속한 거 아닌가. 그 약속을 스스로 깨면 누가 우리한테 표를 주겠나.”
 
바른정당계에선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안 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한다. 녹취록을 공개할 의향이 있나.
“그 얘기는 더 이상 안 하려고 한다. 화합 국면으로 들어간 마당이니, 할 얘기는 많지만 자제하겠다.”
 
내년 총선때 민주당 공천을 받기로 했단 ‘밀약설’이 계속 나온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제가 해온 궤적을 봐 달라. 원내대표 취임할 때 국회개혁, 선거제도 개혁, 개헌 세 가지를 약속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는데, 마지막 기회를 놓쳐야 하나. 정말 그 이유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차기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에 제동을 걸거나, 오신환‧권은희 사보임을 철회할 수도 있다.
“원내대표가 국회법에 따라 진행되는 패스트트랙에 제동을 걸 어떤 장치도 없다. 다만 사보임은 차기 원내대표가 결정할 문제다. 그걸 제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호남계와 바른정당계의 큰 간극이 국민들에게 낱낱이 각인됐다.
“결의문으로 단합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갈등이 100퍼센트 해소될 순 없다. 차기 원내대표를 가능한 추대로 선출하면서 단합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57차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57차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원내대표는 공인회계사 시험,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잇따라 패스한 엘리트 정치인이다. 재정경제부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같은 국에서 근무했고, 사시 합격 후엔 김&장 변호사로 근무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나 정치에 입문, 안철수 전 대표를 따라 국민의당에 합류해 20대 총선을 치렀다. 이후 사무총장으로 바른정당과 통합 당시 실무작업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땐 유승민 의원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바른정당과 합당한 걸 후회한 적 있나.
“솔직히 때때로 후회가 된다. 최근처럼 하나의 목소리를 못 낼 때 ‘바른정당과 통합하지 않고 국민의당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란 생각을 솔직히 해봤다. 그러나 어쨌든 앞장서서 창당한 당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왜 전화를 받지 않나(최근 김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가 제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피하고 있다고 본다.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서일 거다. 안 전 대표가 조기복귀해 당에서 역할을 해야한단 주장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진짜 안 전 대표가 그럴 생각이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안심(安心)팔이’해서 명분도 없이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라고 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이대로 당이 총선까지 갈까. 얼마나 지지율이 오를 수 있을까.
“최소 지지율이 15~20퍼센트는 나와야 하지 않겠나. 기호 3번으로 60석 이상을 차지해 3정당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중도정당이 굳건히 자리를 잡으면, 좌우로 크게 치우치는 정책의 변동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어제 결의문으로 화합과 자강의 의지를 보였으니, 이제 거대 양당이 못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며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등 논의를 위해 1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발언을 마친 대표들이 인사한 뒤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등 논의를 위해 1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발언을 마친 대표들이 인사한 뒤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김 원내대표는 자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잤다. 매일 새벽까지 협상 강행군을 이어갔다. 염색할 시간이 없어 머리가 하얗게 셌다. 사퇴가 결정된 8일 밤, 그간 협상 파트너이자 같은 날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준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저녁을 함께 하며 “패스트트랙 최대 피해자가 김관영”이라는 농담섞인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홍영표(민주당), 김성태, 나경원(한국당) 원내대표와의 ‘궁합’은 어땠나.
“홍‧김 전 원내대표와 함께 할 땐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이념에 지나치게 경도되지 않아야 한단 의지들이 강했기에 인터넷은행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나 원내대표와는 선거제 개편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소통이 충분히 되지 않아 아쉬웠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임기중 최대 성과로 “국회 특활비 폐지와 선거제도 개혁 출발”을 꼽았다. 제일 아쉬운 점으론 역시 “패스트트랙으로 생긴 당내 상처”를 언급했다. 상처를 어떻게 봉합할 거냔 질문엔 바른정당계 리더인 유승민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 “술 한 잔 해야죠. 조만간 저녁을 함께 하자고 요청해 그간 오해를 풀겠습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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