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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웹툰 작가만 14만명…하지만 절반은 한달 수입 160만원

중앙일보 2019.05.12 05:00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기맹기 작가 통해 본 한국 웹툰 산업
 

‘평균 연봉 2억2000만원(네이버 웹툰 연재작가 기준), 지망생 수는 14만 명.’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부상 중인 국내 웹툰 작가의 현재다.  
11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1500억원 선이던 국내 웹툰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엔 8805억원으로 커졌다. 업계 1위인 네이버 웹툰의 경우 하루 평균 800만명, 매월 2200만명이 방문한다. 네이버 웹툰의 신인 발굴 코너인 ‘도전만화’에는 총 14만 명의 예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 있다.
 
기맹기 작가가 중앙일보를 위해 '내 ID는 강남미인'의 주인공들을 직접 그렸다. 왼쪽부터 남자 주인공인 도경석, 여주인공과 애증 관계인 현수아(왼쪽 위), 여자 주인공 강미래. [그림=기맹기 작가]

기맹기 작가가 중앙일보를 위해 '내 ID는 강남미인'의 주인공들을 직접 그렸다. 왼쪽부터 남자 주인공인 도경석, 여주인공과 애증 관계인 현수아(왼쪽 위), 여자 주인공 강미래. [그림=기맹기 작가]

 
중앙일보는 1일 기맹기(필명ㆍ25·여) 작가와 만나 웹툰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기 작가는 2016년 4월부터 2017년 말까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하 강남미인)’를 네이버 웹툰에 연재했다. 토요웹툰 코너에서 2위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다 지난해 같은 이름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JTBC에서 방영됐다. 기 작가는 현재는 차기작을 구상 중이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기 작가의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기 작가는 얼굴과 본명을 공개하길 원치 않았다. 대신 중앙일보를 위해 자신의 웹툰 속 주인공들을 그려줬다.
 
8800억원으로 커진 국내 웹툰 시장 작가 수는 5800명
  
'내 ID는 강남미인'의 주인공들. 왼쪽이 남자 주인공인 도경석, 오른쪽이 강미래다. [그림=기맹기 작가]

'내 ID는 강남미인'의 주인공들. 왼쪽이 남자 주인공인 도경석, 오른쪽이 강미래다. [그림=기맹기 작가]

 
기 작가는 네이버 웹툰의 최강자전을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웹툰 판 신춘문예다. 청강문화산업대학 웹툰 전공 재학 중 첫 작품인 강남미인으로 웹툰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어려서부터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도 관련 전공을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웹툰은 모든 웹툰 작가들이 연재하고 싶어하는 ‘웹툰계의 꿈의 무대’다. 지난달 말 현재 네이버 웹툰에 정식 서비스 중인 웹툰은 1034편이다. 네이버 웹툰 측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인 작가는 700여 명 수준이다. 웹툰 가이드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국내엔 총 61개 웹툰 플랫폼이 있다. 전체 웹툰 작가 수는 5802명에 이른다.
  
네이버웹툰에 연재했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한 장면. 주인공 강미래(위)는 어릴적부터 못생겼다는 이유로 고통받다가 대학 입학 전 성형수술을 했다. [그림=기맹기 작가]

네이버웹툰에 연재했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한 장면. 주인공 강미래(위)는 어릴적부터 못생겼다는 이유로 고통받다가 대학 입학 전 성형수술을 했다. [그림=기맹기 작가]

 
하루 10시간 태블릿 작업…손목에 탈 나 한 달 쉬기도
 
 
웹툰 제작은 체력 싸움이기도 하다. 작가마다 다르지만, 기 작가의 경우 강남미인을 연재할 때 회당 적으면 70컷, 많으면 200컷의 그림을 넣었다. 그는 “연재 중에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작업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연재 중간 손목에 탈이 나 한 달가량 쉬기도 했다. 그림은 태블릿으로 그린다. 콘티에 맞춰 그림을 그린 뒤 채색 등은 ‘어시스트(보조작가)’에게 맡겼다. 연재 당시엔 3명의 어시스트와 함께 일했다. 웹툰 아이디어는 일상 생활 속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 작가는 "일반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 중심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강남미인은 어릴 적부터 못생겼다는 이유로 각종 괴로움을 당했던 여주인공 ‘강미래’가 대학 입학 전 성형수술을 하고 대학 입학 후 겪게 되는 일들을 소재로 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내적 성장기를 담았다.  
 
실제 강남 미인은 10~20대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탄탄한 인기를 누렸다. 기 작가는 그러나 “다른 예술 장르가 그렇듯, 조회 수나 인기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성을 기본으로 여기에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절하게 녹여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웹툰 작가 절반은 한 달 170만원도 못 벌어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높은 수입을 올리는 작가도 늘고 있다. 11일 네이버 웹툰 측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웹툰에 작품을 연재한 작가 300여 명의 평균 연봉은 2억2000만원 선이었다. 고료와 콘텐츠 유료판매, IP(지식재산권) 관련 수입 등 네이버 웹툰에서 받은 돈만 이렇다. 여기에 ‘기안 84’처럼 작가 개인이 외부 활동을 하거나 CF 등에 출연할 경우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직 일부 스타 작가의 이야기다. 
 
기 작가는 "웹툰을 그리는 게 힘겹고 고된 작가도 많다"고 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공개한 ‘만화ㆍ웹툰 작가 실태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작가 761명 중 절반(46%)에 가까운 이들의 연간 수입이 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달 수입이 166만원에 그치는 셈이다.
 
기 작가는 웹툰 작가들을 두고 “기본적으로 관심 종자(타인의 관심에 목말라하는 사람)”라고 정의했다. 수입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관심을 많이 받고 싶어한다는 의미에서다.  
해외로도 판로가 열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는 2020년 11억7700만 달러(한화 1조383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네이버 웹툰은 2014년부터 ‘라인 웹툰’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와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태국어·인도네시아어로도 서비스 
강남미인 역시 대만ㆍ 태국ㆍ 인도네시아ㆍ일본 등에 진출했다. 네이버 웹툰 뿐 아니라 카카오도 만화 플랫폼인 ‘픽 코마’를 통해 2016년 4월부터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다. 픽 코마는 월평균 380만명의 이용자가 방문한다. 참고로 네이버 계열의 라인망 가와 카카오 재팬의 픽 코마가 일본 웹툰 시장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숙제도 분명하다. 기 작가는 “얼핏 연재할 곳이 많아 보이지만, 작가를 정당하게 대우해주는 플랫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작품을 그려서 어떤 플랫폼에든 연재하게 된다면 연재 관련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웹툰은 올해에도 ‘지상 최대공모전’을 열고 신진 작가를 발굴 중이다. 15억원 규모의 상금이 걸린 공모전은 이달 1일부터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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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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