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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스포츠 콘텐트로 번진 OTT 경쟁

중앙일보 2019.05.12 00:03
유료 TV 시청자 82% “스포츠 생중계 없으면 해지”… 국내서도 5G 시대 맞아 프로야구 앱 인기
 

넷플릭스 무풍지대에서 틈새 강자 노려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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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자리한 넷플릭스 오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광고 비즈니스나 스포츠 중계 같은 데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헤이스팅스 CEO의 이런 발언은 스포츠 콘텐트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잠재적 경쟁자들의 움직임이 자신들의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이 같은 자신감이 결국 OTT 시장 왕좌를 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영화·드라마 위주로 펼쳐진 OTT들의 경쟁이 스포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OTT 콘텐트 대부분이 영화와 드라마에 집중된 가운데, 넷플릭스의 ‘무풍지대’인 스포츠 실시간 중계에 많은 신규 업체가 공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신규 구독자 유치를 기대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만 빼고 모두 주목
 
글로벌 OTT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넷플릭스는 스포츠 경기 생중계를 제공하지 않지만, 경쟁자들은 다르다. 타임워너를 인수하고 OTT 서비스를 준비 중인 AT&T와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한 디즈니 등은 스포츠 콘텐트를 적극 개발해 넷플릭스의 왕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AT&T가 지난해 인수한 타임워너는 TBS·TNT라는 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1억 명에 달하는 유료 TV 가입자를 확보한 콘텐트 회사로 메이저리그(MLB), 미국 프로농구(NBA), 전미 대학 경기 협회(NCAA) 중계권 등을 가지고 있다. 디즈니 역시 스포츠 중계 콘텐트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인 ESPN+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OTT 업계 3위로 라이브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훌루(Hulu)도 사실상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다. 디즈니는 2017년 MLB 경기 스트리밍 권한을 보유한 밤테크미디어(BAMTech Media)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들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OTT 구독자 확대를 위해 스포츠 중계가 필수적인 요소로 여기기 때문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2017년 미국 유료 TV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82%의 구독자가 생방송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없을 경우 유료 구독을 취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드 커팅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유료 TV 시청을 지속하는 주된 이유가 스포츠 경기 생중계 시청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OTT 업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스포츠 경기 생중계를 하는 것이 구독자를 확대할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PwC의 조사에서 응답자 중 90%는 ‘최근 유료 TV가 아니더라도 스포츠 생중계를 볼 수 있는 다른 옵션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PwC는 “많은 시청자는 스포츠 생중계를 위해 유료 TV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들은 다른 선택사항들이 이용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며 머지않아 코드커팅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TV 사업자들은 핵심 콘텐트인 스포츠 중계를 OTT 진영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자체적인 스포츠 중계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통해 OTT 사업자를 견제하고 있다. 미국 NBC는 스트리밍 전담 조직인 플레이메이커 미디어(Playmaker Media)를 설립하고, 스포츠 경기 스트리밍이 제공되는 가입 상품 패키지를 다양하게 출시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스포츠 협회가 직접 OTT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모습도 감지된다. 중계권 확보 경쟁이 과열되며 중계권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협회가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콘텐트를 유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PGA투어는 지난해 6월 미디어 기업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와 계약을 하고 GOLFTV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GOLFTV는 PGA투어 경기 생중계는 물론 VOD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미국 이외의 세계 여러 국가에서 제공한다.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는 이 채널을 “골프판 넷플릭스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축구 리그를 운영 중인 유럽축구협회(UEFA)도 자체적인 OTT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알렉산더 세퍼린 UEFA 회장은 지난 2월 연임이 확정된 후 인터뷰에서 “앞으로 6개월 안에 자체 OTT 플랫폼을 내놓겠다”라며 “세계 유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보통신전파진흥원 관계자는 “OTT 플랫폼의 온라인 스트리밍은 기존 방송보다 소규모·비인기 종목 등 스포츠 콘텐트를 폭넓게 포괄할 수 있고 가상현실(VR)과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스포츠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시청자 확보나 시청자 요구 파악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OTT 시장에서도 ‘스포츠’가 가장 중요한 콘텐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 뉴미디어 중계권 우선협상자로 통신 3사와 포털 2사 연합이 선정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뉴미디어 중계권은 TV 중계를 제외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 하는 프로야구 콘텐트의 사용과 재판매 등에 대한 권리다. 지상파 케이블 중계와는 별개로 계약이 진행된다. 지난 2월 KBO는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로 LG·SK·KT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 2곳이 연합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5월 중 본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서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5년간 총 1100억원으로,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와의 종전 계약금액(연평균 93억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포털과 통신사가 중계권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방증이다.
 
 
KBO 중계권 따낸 이동통신·포털 연합
 
계약대상이 선정된 후 새로운 방식의 중계가 나왔다. 방송사들이 중계를 포기한 지난 3월 26~27일 KT위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를 포털·통신사 컨소시엄이 자체 제작해 각각의 플랫폼으로 생중계한 것. 비디오 판독 등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KBO의 마케팅 담당 자회사인 KBOP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스포츠가 TV보다는 OTT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술이 더 발전되면 야구 중계도 기술적으로 접목 가능한 것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통신사들은 OTT 플랫폼에 다양한 중계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옥수수’에 경기장 전체를 초고화질로 보는 ‘5GX 와이드 뷰’와 ‘한발 빠른 중계’ 등을 제공하고 있다. LG 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유플러스 프로야구’ 앱에 ‘홈 밀착영상’과 ‘경기장 줌인’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KT 역시 올레TV 모바일 앱에서 ‘프로야구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각 팀의 경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점차 다른 경기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TV와 동영상 시장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하는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이 기존 업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스포츠 시장에서는 로컬 업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실시간 스포츠 영상은 5G 시대를 대비하는 포털과 통신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킬러 콘텐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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