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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추천작]명랑소녀와 죽은 연인 사이, 아이유의 페르소나 ②

중앙일보 2019.05.11 09:00
페르소나 [사진 넷플릭스]

페르소나 [사진 넷플릭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평가가 이렇게 극도로 갈리는 영화도 찾기 어려울 듯하다. 좋아하는 이유도, 싫어하는 이유도 각각 납득이 된다. 페르소나 리뷰 2탄. <키스가 죄>와 <밤을 걷다> 후기.
 
제목   페르소나  
연출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등급   청불  
평점   다음영화 7.6  IMDb 6.8  에디터 노잼  
 

이런 와친에게 추천  
아이유 팬이라면  

독특한 시청 경험을 원한다면  
영화를 본 뒤 다양한 해석을 즐긴다면  

 
이런 와친에겐 비추
재미 없고 대중성 없는 영화 질색한다면  

와칭에서 더 많은 리뷰가 기다립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많아요!

 

키스가 죄  
혜복이 있어요? 행불된 친구 찾아나선 한나. [넷플릭스 캡처]

혜복이 있어요? 행불된 친구 찾아나선 한나. [넷플릭스 캡처]

전고운 감독 작품. 한나(아이유)는 행방이 묘연한 친구 혜복(심달기)을 찾아 나선다. 혜복은 집에 갇혀 있었는데, 아버지에게 머리가 온통 쥐어뜯긴 채였다. 머플러를 풀어헤치니 목과 쇄골에는 온통 검붉은 상처 자국. 혹시나 아버지에게 맞은 건가 놀라는 찰나, 키스 마크라고 고백한다. 바닷가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오빠를 만나 훈장을 얻은 것. 덕분에 머리도 잘렸고.

 
아무리 그래도 머리를 자른 건 너무하다며 한나는 복수를 하자고 부추긴다. 아버지가 미끄러지라고 방바닥에 기름칠하고, 초칠도 하지만 실패. 의자 다리까지 잘라보지만 어설픈 복수극은 성공하기 어렵다.   
복수는 아무나 하나. [넷플릭스 캡처]

복수는 아무나 하나. [넷플릭스 캡처]

결과적으론 우연히(!) 불을 내 산불감시원인 아버지에게 제대로 복수를 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관람등급은 청불인데 내용상으론 청소년영화다. 연작으로 묶이는 바람에 청불이 된 건 좀 억울해 보인다. 불량소녀 명랑만화 같은 스토리 진행이라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다만 살아있는 닭의 꼬리에 불을 붙여서 표현한 부분에선 마음이 다소 불편했다.   
꼬리에 불붙은 닭. 저 닭을 한나와 혜복은 보지 못했다. [넷플릭스 캡처]

꼬리에 불붙은 닭. 저 닭을 한나와 혜복은 보지 못했다. [넷플릭스 캡처]

복수 방법도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복수에 성공했으면 자칫 아버지가 죽을 수도 있었다!), 청소년기엔 저런 감정에 휩싸이는 게 정상일 게다. (에디터 나이 인증) 불장난이 정말 큰불을 낼 수도 있는 시기. 강릉 산불로 페르소나 공개 일정을 미룬 게 바로 이 작품 때문이었구나 싶다.  

 
밤을 걷다  
그녀가 꿈에 나타났다. [넷플릭스 캡처]

그녀가 꿈에 나타났다. [넷플릭스 캡처]

김종관 연출. 옴니버스의 마지막 작품. 가장 아이유다운 작품이라는 평이 많다. 극 초반 3분가량 아이유가 하는 말이 대화가 아닌 독백처럼 낯설게 들리는데, 결국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꿈 같은 대화의 톤이 설득력을 가진다.

 
죽은 아이유가 살아있는 남자친구의 꿈속에 나타난다. 먼저 떠난 사람에 대한 원망, 죽음을 선택한 이유, 추억, 그리고 죽음과 꿈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이어진다.   
"왜 울고 그래 속상하게. 장례식장에선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더니. 너 눈물 한방울 없길래 절교하려 그랬어. 죽은 다음에 절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 캡처]

"왜 울고 그래 속상하게. 장례식장에선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더니. 너 눈물 한방울 없길래 절교하려 그랬어. 죽은 다음에 절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 캡처]

이 작품은 대사가 예술이다. 소중한 사람이 먼저 목숨을 잃었다면, 그 사람이 꿈 속에 나타난다면 저렇게 말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죽었다고, 한없이 우울하기보다는 저렇게 툭 농담을 던지는. 나아가 아이유의 팬들에겐 아이유의 속마음을 듣는다는 느낌도 줄것 같다.  
 
"너를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들에 외로움을 느꼈어. 네가 항상 옆에 있어 줬는데, 부질없이 괴로워했네."
 
"죽어서도 끝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우리는 지금 여기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 안녕." [넷플릭스 캡처]

"우리는 지금 여기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 안녕." [넷플릭스 캡처]

아티스트의 존재론적 고민이 나타나는 지점이랄까. 흑백의 영상이 전하는 독특한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순삭될 정도로 재미가 있는 건 아니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아쉬운 지점.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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