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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철강 추가 제재” vs 이란 “핵합의 탈퇴도 검토”

중앙선데이 2019.05.11 00:21 635호 9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강 대 강’ 치닫는 미국·이란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이 항모를 중동 지역에 긴급 배치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지난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이 항모를 중동 지역에 긴급 배치했다. [EPA=연합뉴스]

중동 지역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지 1년 만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조치마저 중단시켰다. 최근엔 중동 지역에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등을 긴급 배치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핵 합의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60일 내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핵 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최대 압박’과 이란의 ‘강경 대응’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자칫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 합의가 무효화되고 양국 간 무력 충돌까지 발생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이란산 철강·알루미늄·구리 등을 수입하는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광물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핵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산 철강·금속 제품을 수입하는 나라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정부가 근본적으로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핵 합의 탈퇴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핵 합의 탈퇴를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우리는 그럴 권리가 있고, 어떤 나라도 이란의 핵 합의 탈퇴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아락치 차관의 발언이 핵 합의 조항 26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 제재 완화와 해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며, 제재를 복원하거나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경우 이란이 자신의 의무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핵 합의에 따른 의무 조항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란 핵 합의에 따라 외부로 반출해야 할) 농축우라늄 초과분과 중수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핵 합의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300㎏과 중수 130t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여성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여성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로하니 대통령은 또 “영국·프랑스·독일 등 핵 합의에 서명한 유럽국가들이 약속한 이란과의 금융 및 원유 거래 정상화를 60일 안에 지키지 않을 경우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경고도 보냈다. 현행 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최대 3.67% 수준의 저농도 우라늄 농축만 가능하다. 이란이 농축 농도를 20%로 높일 경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도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60일 내 유럽 국가들과의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의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란 핵 합의는 4년 만에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유럽 측이 약속한 금융 및 원유 거래 정상화 방안이 어떻게 구체화되느냐가 포인트다. 지난해 5월 8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을 당시 영국·프랑스·독일과 EU는 이란의 맞탈퇴를 우려해 이란과의 교역을 보장하는 금융 특수목적법인(SPV)을 그해 11월까지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설립이 계속 미뤄지다가 지난 1월 ‘인스텍스’라는 회사가 설립됐지만 이마저도 거래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로하니 대통령이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참고 기다리며 핵 합의를 준수했지만 유럽 쪽에선 아무 변화가 없었다”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이란은 핵 합의 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를 통해 의무사항 준수를 확인받았다.
 
이에 대해 이란 핵 합의를 이끌었던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불행히도 유럽과 국제사회는 미국에 맞설 능력이 없다. 지난 1년간 미국의 핵 합의 불이행에 대한 우리의 인내도 끝났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핵 합의가 폐기될 경우 기존 방침을 바꿔 아라크 중수로를 통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본격화하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제재에 이어 군사적 조치도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이란을 겨냥해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에 항모 등 전략자산을 긴급 배치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8일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를 해외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고조되는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란의 어떤 공격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란이 미군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선박에 선적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 등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추가로 중동에 배치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미군을 공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양국 간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이) 핵 합의 이행을 일부 중단하는 것도 외교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이란이 내게 전화를 한다면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양국 모두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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