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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아시아나항공 사태와 회계대란의 교훈

중앙선데이 2019.05.11 00:20 635호 31면 지면보기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2018년 주주총회 시즌이 끝났다. 언론에서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회계대란’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한다. 40개 상장법인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제시받거나 감사의견을 받지못해 주식 시장에서 퇴출되었거나 투자주의환기 종목으로 지정되었다. 아시아나항공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기업들도 있다. 처음에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았다. 감사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재무제표를 수정하여 적자가 크게 발생하면서 적정의견을 받긴 했지만, 이 사건의 여파는 엄청나서 박삼구 그룹 회장이 물러났으며 회사가 매물로 나오게 되었을 정도다. 이 모든 사건은 작년까지는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작년 말 신(新)외감법이 통과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부 기업인들은 ‘경제가 어려워 기업하기도 힘든데 왜 회계법인까지 우리를 못살게 구느냐’고 불만을 호소하고, 극단적으로는 ‘감사가 왜 필요하냐’고 묻기도 한다.
 
주식회사란 주주나 채권자 등 투자자들로부터 제공받은 자금을 모아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형태의 기업이다. 경영자는 그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재무제표를 포함한 다양한 공시를 통해 투자자와 기타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 때 감사는 경영자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정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독립적인 제3자가 살펴보는 절차이다. 감사를 받아야 투자자들이 경영자가 작성한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있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자금을 제공할지 또는 회수할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회계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부 경영자들은 재무제표를 회계법인이 대신 작성해주는 것이라고 인식하기도 했으며, 투자자들 또한 회계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감사보수가 미국의 약 1/10, 일본이나 홍콩의 약 1/3에서 1/4 정도에 불과했다. 이 수치를 보면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회계감사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을 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이 낮다’라는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외감법과 표준감사시간 제도가 마련되었다. 신외감법의 핵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도 곧 시작된다. 6년간 기업이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하면, 그 후 3년 동안은 당국이 강제로 감사인을 선정하겠다는 제도다.
 
이런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감사환경은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되었다. 감사인 지정제도로 인해 감사인이 기업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지 않고 좀더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 감사시간의 도입으로 인해 감사시간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그 결과 당연히 감사보수도 증가할 것이다. 경제 환경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증가한 감사보수가 일부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두고 ‘회계법인이 갑질을 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영자도 만나봤다.
 
그렇지만 지금 겪는 어려움들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서 겪는 산고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감사시장이 우리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낮은 수준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자본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개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향상된다면, 회계감사에 소요된 지출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더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영자들이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고 오해를 하지 않도록, 회계법인들도 행동을 조심하고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경영자들에게 더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 제2의 회계대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회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회계관련 전문인력을 스스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이 기업 대신 회계처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불법이다. 따라서 기업은 회계법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이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내부통제 제도의 일부로서 내부회계관리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회계법인도 달라져야 한다. 독립적인 자세에서 꼼꼼한 감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능한 인력을 길러내는 것과 내부적으로 엄격한 품질관리 제도를 마련하고 유지하는 것도 회계법인의 책임이다. 혹시 과거 낮은 감사보수를 핑계로 이를 미뤄두었다면, 이제는 제도의 정비로 인해 이런 투자를 할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앞으로는 문제가 생기면 회계법인의 존속이 어려울 정도로 처벌수위가 높아질 것이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당분간은 모두가 힘들겠지만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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