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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추천작] 롤리타와 팜므파탈 사이, 아이유의 페르소나 ①

중앙일보 2019.05.10 21:00
페르소나 중 <러브 세트>. [넷플릭스 캡처]

페르소나 중 <러브 세트>. [넷플릭스 캡처]

개성있는 감독 네 명이 아이유의 네 가지 얼굴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결과적으론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평가가 이렇게 극도로 갈리는 영화도 찾기 어려울 듯하다. 좋아하는 이유도, 싫어하는 이유도 각각 납득이 된다. 앞의 두 작품을 먼저 소개한다.
 
제목   페르소나 
연출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등급   청불 관람방법 넷플릭스 
평점   다음영화 7.6 IMDb 6.8 에디터 노잼
 
이런 사람에게 추천
아이유 팬이라면
독특한 시청 경험을 원한다면 
영화를 본 뒤 다양한 해석을 즐긴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 
재미없고 대중성 없는 영화 질색한다면

 

아래부터 스포일러 왕창 나옵니다!

 
러브 세트
러브 세트. [사진 넷플릭스]

러브 세트. [사진 넷플릭스]

첫 작품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는 성적 긴장감을 자아낸다. 테니스 치는 남녀를 바라보며 자두를 먹는 소리부터 시작해 아이유의 입술 클로즈업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라켓으로 공을 받아낼 때마다 샤라포바(비명에 가까운 기합 소리로 유명한 테니스 선수) 뺨치는 신음을 낸다. 남자 한번 여자 한번 주거니 받거니 공이 오가고, 비명이 오가고, 그걸 따라 아이유의 눈길이 오간다. 흰 테니스복, 라켓, 녹색 코트, 드러난 신체에 맺힌 땀. 시각적 자극도 만만치 않다. 영상이지만 체취도 느낄 듯한 연출이다. 
 
쏟아져나온 홍보자료, 촬영 현장 취재기 등을 하나도 보지 않고 아무런 편견이나 사전정보 없이 <페르소나>를 플레이했다. 그래서 남자가 아이유의 아빠 역인 줄 몰랐다. 돌아보면, 아빠인 줄 모르고 본 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었던 듯하다. 
다 큰 딸이 저렇게 업히는 거 나만 불편한가요. 저 등이 부럽다? [넷플릭스 캡처]

다 큰 딸이 저렇게 업히는 거 나만 불편한가요. 저 등이 부럽다? [넷플릭스 캡처]

 
아이유가 공을 줍는 남자 등에 업혀 다리를 질질 끌면서 "저 여자랑 결혼하지 마 아빠"라고 하는데, "아빠"라는 단어가 잘 들리지 않았다. 두나가 "나랑 한 판 할래? 내가 이기면 너 너네 아빠랑 끝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비로소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선명하게 잡힌다. 
 
배두나와 아빠의 세트, 아이유와 아빠의 플레이를 지나 배두나와 아이유의 대결에 접어든다. 두 여자의 열기와 땀, 소리, 신경전, 시각적 자극이 오래 이어진다. 앞선 플레이가 전희였다면, 두 여자의 플레이는 본격적인 게임에 해당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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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게임은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하고, 비록 단편이나마 여자의 서사이기도 하다. 아이유가 롤리타 이미지로 소비됐다는 비판과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박이 나란히 나온다. 전반적으로 흡입력 있고 감각적인 단편이다. 
 
결론적으로 아이유는 1점도 못 따고 (튜나가 아닌) 두나에게 완패한다. 테니스 용어로 <러브 게임>. 중의적인 대사를 곱씹는 재미도 있다. 아이유가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설정인데, 성적 상징이 노골적이라 거부감도 든다. 아이유 다리 부상 위치가 살짝 바뀌는 건 편집 실수일까, 내가 잘못 본 걸까.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넷플릭스 캡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넷플릭스 캡처]

임필성 감독이 아이유의 <잼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아이유 팬이 아니라면 이 작품에서 정주행이 힘들었을 듯하다. 러브 세트에서는 어른의 세계를 동경하는 미성년의 느낌이었다면,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선 갓 어른이 되었지만 성숙한 남자 따위 찜쪄먹는 팜므파탈이다. 
 
열흘간 말도 없이 사라졌다 돌아온 아이유는 섬에, 남자들과 여행을 다녀왔다고 천연덕스럽게 얘기한다. <요가수트라>를 <카마수트라>로 바꿔 말해 한 눈에도 나이 차이가 확 나 보이는 늙은 '오빠'를 긴장시킨다.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한 척 연기하지만 동공은 흔들린다. 이어 목이 뎅강 잘려 떨어진 채 전 약혼녀에게 혼쭐이 나는 상상 씬으로 이어진다. 
 
괜찮다고 말하는데 동공은 흔들리고... [넷플릭스 캡처]

괜찮다고 말하는데 동공은 흔들리고... [넷플릭스 캡처]

영화는 <잼잼>의 그로테스크 버전이다. 잼잼에서 아이유는 "사랑한다고 해 / 입에 발린 말을 해 예쁘게 / 끈적끈적 절여서 보관할게 / 썩지 않게 아주 오래"라고 노래했다. 영화에선 마음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남자가 내어준 심장을 전리품으로 챙겨 소금에 절인다. 
 
젊은 여자 밝히는 남자를 농락하는 아이유의 모습에서 (여성 시청자로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표현으로 아이유의 페르소나를 확 비튼 부분은 신선하다. 다만 영화는 <잼잼>의 가사에 너무 얽매였고, 남자의 심리를 이미지 상징이나 과거 여자친구의 대사를 통해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점은 아쉽다. 
 
단편 연작 중에선 제작비가 들었을 법 하지만 여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물량이 투입된 작품은 아니라 되레 표현의 한계가 컸는지도 모른다. 예산이 좀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와칭 에디터 돌쇠공주
로맨스는 오글거려 못 보지만 막장은 욕하며 끝까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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