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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바뀌는 文대통령 경제인식 '프레임'…"정책 부작용 엄밀히 봐야"

중앙일보 2019.05.10 16:39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전 분기 대비 -0.3%)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인식 기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정책 효과에 대한 질문에는 "고용의 질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며 방향 수정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한 '적정선'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인상 폭 관련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잇따른 부정적인 한국 경제 전망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빈센트 코엔 국가분석실장)에도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낙관했다. 지난 9일 문 대통령과 KBS의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경제·산업 분야 질의응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고용의 질 좋아졌다?…"민간 일자리 늘어야 개선된 것"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은 이번 대담에서 정부가 현재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3가지 인식 틀(프레임)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보고 있다.
 
첫번째가 '자영업자·하층 노동자들에겐 미안하지만, 고용의 질은 좋아졌다'는 논리다. 그는 '소주성 정책 추진 과정에서 후회는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용된 노동자 급여는 굉장히 좋아졌고 저소득 노동자 비중도 역대 최고로 낮아졌다"며 "상용직 근로자도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고용시장 바깥에 있는 자영업자나 아래층 노동자가 시장에서 밀려난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가슴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인식 틀은 시장 경제를 다양한 인과 관계로 얽힌 '생물'로 보지 않고, '명(明)과 암(暗)'의 구조로 단순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에 해당하는 통계를 강조해 '암'을 덮는 식의 접근이란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상용직 근로자는 전년보다 34만5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19만5000명의 임시 및 일용 근로자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또 2016년(34만6000명), 2017년(36만6000명)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둔화됐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상용직은 이미 20년 전부터 증가해왔기 때문에 이를 고용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보는 주장은 별 의미가 없다"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월 청년 고용률이 아주 높아졌고 청년 실업률은 아주 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3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8%로 전년보다는 0.8%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10%를 넘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5.1%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기획재정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경제지표와 일반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지표가 괴리가 크다"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께 유리한 내용만 부각해 보고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동자 임금 상승을 소주성 정책의 성과로 보지만, 경제학계에선 노동생산성을 초과한 임금 상승이 고용 악화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12개월 연속 줄었고, '경제 허리'인 40대 고용률도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3월 취업자 증가 폭을 키운 것도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이 컸던 점을 보면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성에서 한계가 있다"며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야 고용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 늦었다?…"국회 생리 못 읽고 성급히 정책 추진" 
두 번째 인식 틀은 '정부 정책엔 문제가 없지만,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에 의해 먼저 시행됐지만, 근로장려금(EITC)·자영업자 대책 등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해 시차가 생긴 부분이 어려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추경(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고용 증가 목표) 달성이 더 용이해지리라고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치적 갈등이 커지면 입법 활동이 '개점 휴업' 상태가 되는 국회의 생리를 읽지 못한 채,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급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앞으로는 좋아진다?…"수출 반등 기대는 시기상조" 
세번째는 '당장은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좋아진다'는 낙관적 인식이다. 낙관론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그 근거로 "올해 3월 저성장 원인이었던 수출·투자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해외 전문 투자은행(IB)들의 예상과는 다르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춘 바클레이즈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 약세와 중국 둔화 영향을 계속 받을 것"이라며 "단기에 수출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빈센트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도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소득 3만 달러 대한민국 평가와 과제'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내놨는데, 이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결과가 나오기 전이다. 아마 이보다 하향 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이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낮은 생산성을 방치한 채 임금만 급격히 끌어올린 정책이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며 "지난해 고용 증가율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었기 때문에 엄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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