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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이 확실히 갈라놓는다는 악마의 발명품 무엇?

중앙일보 2019.05.10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8)
 
유재석 씨가 진행하던 한 프로그램에서 거리를 걷다 초등학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질문을 던졌죠. “조언이 있고 잔소리가 있잖아요?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이는 대답합니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잔소리는 기분 나쁘지만 충고는 고맙다고 할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전혀 다른 대답에 웃음이 터집니다. 그럼 차라리 잔소리가 나은 것이냐고 다시 묻자 그냥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충고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아봅니다. 남의 잘못이나 허물을 충심으로 타이름으로 정의됩니다. 조언의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죠.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상대를 도움이라고 말합니다. 충심으로 나를 도와주고자 하는 말이니 왠지 상대방이 조언이나 충고로 해주는 말은 기분이 나쁘더라도 고맙게 들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이다 같은 아이의 말을 들으니 저 역시 조언이라고 했던 말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해주는 좋은 말처럼 여기지만 결국은 그 어떤 말도 말하는 내가 주체가 아니라 듣는 상대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거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출 때를 생각해보면 조금만 차이가 나도 지지직 하는 잡음이 함께 들립니다. 상대방과 내가 정확히 같은 주파수 안에 들어와 있을 때야 잡음 없이 비로소 상대방이 나의 좋은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남편과 분갈이를 하다 다퉜다. 남편은 모르면 내가 먼저 물어볼 것을 뭘 그렇게 자기를 믿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데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은 말에 서운했다. [사진 unsplash]

얼마 전 남편과 분갈이를 하다 다퉜다. 남편은 모르면 내가 먼저 물어볼 것을 뭘 그렇게 자기를 믿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데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은 말에 서운했다. [사진 unsplash]

 
얼마 전 남편과 봄맞이 분갈이를 했습니다. 많이 자란 나무들을 새 화분에 옮기면서 오래된 화분의 흙을 꺼내고 새롭게 갈아 넣다 보니 버려야 할 흙이 많아졌죠. 흙을 버리려 내려오는 길 화단 어디 어디에 두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 말에 남편은 알아서 잘하겠다 말합니다. 그런데 1층에 도착한 남편은 내려오며 제가 말한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갑자기 건물 뒤쪽으로 걸어갑니다.
 
그 방향으로는 흙을 둘만 한 곳이 없어 보인다고 한마디 하는데 웬걸 흙을 모아 둔 큰 박스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머쓱해진 저는 알고 있으면 안다고 말을 하지 그랬느냐고 한마디 덧붙이는데, 생각해보니 남편은 이미 알아서 버린다고 말한 후입니다. 기분이 살짝 상했는지 남편은 모르면 내가 먼저 물어볼 것을 뭘 그렇게 자기를 믿지 못하느냐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데 저는 또 제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은 그 말에 괜히 마음이 상합니다.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요즘 한창 인기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나섰는데 식사 시간이 애매하게 걸렸습니다. 간단하게 핫도그나 하나 먹고 들어갈까 하는 남편의 말에 싫다 혹은 좋다로 답해도 될 것을 저는 핫도그로 되겠느냐, 끝나고 나와 늦게 뭘 더 먹느니 더 든든한 걸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말이 길어집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는 배가 고프면 살짝 예민해지는 남편이 염려되어 길어진 말이었죠. 그런데 남편 입장에서는 제 맘이 염려로 느껴지진 않은 듯 보입니다. 좋으면 먹고 싫으면 다른 걸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본인이 말만 하면 뭐가 그렇게 미덥지 않냐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그날 저녁, 영화 보러 갔는데 식사 시간이 애매했다. 간단하게 핫도그나 먹고 들어갈까 라는 남편의 말에 대답만 하면 될 것을 말이 길어졌다. [뉴스1]

그날 저녁, 영화 보러 갔는데 식사 시간이 애매했다. 간단하게 핫도그나 먹고 들어갈까 라는 남편의 말에 대답만 하면 될 것을 말이 길어졌다. [뉴스1]

 
잔소리에 대한 아이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제 입장에서는 상대를 배려 혹은 생각해서 묻거나 말하는 것이 사소하게 반복되면서 상대방에게는 지나친 간섭으로 느껴지거나 상대를 믿지 못해 하는 말처럼 여겨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상대에게는 곧 잔소리가 되는 말인 셈이죠.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내용 중 최대한 빨리 부부 사이의 무덤을 파는 법에 다음과 같은 말이 등장합니다. ‘사랑을 파괴하는 데 지옥의 악마들이 개발한 가장 치명적이고 확실한 방법인 잔소리는 파괴력이 가장 강하다. 절대 실패하는 법이 없다. 마치 킹코브라에 물린 것처럼 항상 파괴적이고 파멸로 몰고 간다.’ 나도 모르게 너를 위한 충고 혹은 조언이라는 입장에서 한 말이 혹시 관계를 파괴하는 잔소리는 아니었을까요?
 
가정의 달이라는 5월입니다. 국립국어원이 가족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인지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를 살펴보면 배우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는 ‘수고에 대한 감사’가 전체 대답의 81%로 월등하게 높은 수치로 1위를 차지하였고 뒤를 이어 능력에 대한 칭찬과 성격에 대한 칭찬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듣기 싫은 말로는 경제 능력이나 가사 능력에 대한 불평, 친정이나 본가에 대한 불평을 듣기 싫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계절 5월을 보내는 지금, 창밖의 날씨만큼 따뜻한 말을 많이 주고받길 바랍니다.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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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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