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눈칫밥 먹지말고 공부해라" 48억 기부한 익명천사

중앙일보 2019.05.10 05:00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 코너스톤홀 외부 전경. [사진 한동대]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 코너스톤홀 외부 전경. [사진 한동대]

경북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엔 특별한 건물 한 채가 있다. 베이지색 벽돌 사이로 커다란 창들이 시원하게 교정을 향해 있는 이 건물의 이름은 ‘코너스톤홀’이다. 이 학교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학생 186명이 쓰고 있다. 
 
언뜻 보면 캠퍼스에 세워진 평범한 건물들 중 하나 같지만, 이 건물엔 특별한 의미가 숨어 있다.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작업이 끝나는 순간까지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이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간 48억원이라는 거액을 2명의 익명 기부자가 선뜻 내놓았다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이들은 학생들이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큰 돈을 기부했다.
 
기부의 시작은 이 학부 출신 동문 모임이 열린 지난 201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문 모임에서 이 학부 재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학부생들이 전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강의는 다른 학부 건물에서, 실험은 또 다른 학부 건물에서 한다는 이야기였다. 한 마디로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학생들이 ‘눈칫밥’ 먹으며 공부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 소식을 듣게 된 동문 중 한 사람이 서울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30억원을 선뜻 기부한 주인공이다.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70대 여성 자산가로, 은퇴 후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만 알려졌다.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와 뜻을 함께하는 크리스천이기도 하다. 그가 “좋은 뜻에 써 달라”며 30억원을 한동대에 전달했다. 
 
통 큰 기부로 곧장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건물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애초 2644㎡ 규모로 설계됐던 건물 면적이 3471㎡로 늘어나 총 예산이 30억원에서 48억원으로 늘어나버리고 말았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이 학부 교수 중 한 명이 부족한 18억원을 다시 기부하면서 비로소 공사가 재개됐다. 공사비가 모자라 건물 신축이 무산되기엔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에 사비를 털어 거액을 마련했다.
 
공사가 이뤄지는 동안 재학생들도 한몫을 했다. 학생들끼리 머리를 맞대 ‘코너스톤홀’이란 건물 이름을 지으면서다.‘코너스톤(Cornerstone)'은 우리 말로 ‘주춧돌’을 뜻한다. 이 건물을 주춧돌 삼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이끄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8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 코너스톤홀 준공식에서 장순흥 총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동대]

8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 코너스톤홀 준공식에서 장순흥 총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동대]

 
직접 건물을 쌓아 올리는 일에도 이 학부 졸업생들이 기여했다. 기부자들의 요청에 따라 건물의 설계부터 감리, 시공 등을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동문들이 창업한 ‘제이유엔건축사사무소’와 ‘㈜itm E&C’가 맡았다.
 
김철한 한동대 대외협력팀장은 “공사에 참여한 동문들이 말을 아끼곤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 코너스톤홀을 지으면서 거의 이윤을 챙기지 않은 것으로 안다. 심지어 손해를 보고 공사를 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동대는 8일 코너스톤홀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건물에는 첨단강의실과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 교수 연구실, 세미나실, 도서실, 설계실습실 등이 갖춰졌다. 건물이 세워지는 3년 6개월여의 시간 동안 48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한 2명의 기부자는 끝내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두 분의 아름다운 기부로 건립된 이 건물은 한동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받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아름다운 기부는 한동의 역사가 되고 후학 양성의 소중한 건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