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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수행, 종일 휴식…절에서 노는 여러 방법들

중앙일보 2019.05.10 00:04 종합 22면 지면보기
템플스테이가 부쩍 인기다. 지난해에만 51만 명 이상이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휴식형부터 음식·무예 체험까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사진은 전남 장성 백양사 템플스테이를 체험 중인 학생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가 부쩍 인기다. 지난해에만 51만 명 이상이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휴식형부터 음식·무예 체험까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사진은 전남 장성 백양사 템플스테이를 체험 중인 학생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세상이 번잡해져 번뇌가 깊어진 걸까. 사찰에서 먹고 자며 수행하는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8년 1박 2일 프로그램 참가자가 내외국인 합쳐 51만 명이 넘었다. 5년 전인 2013년에는 37만 명이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홍민석 홍보팀장은 “휴식을 위해 오는 사람뿐 아니라 역사·문화 교육 차원에서 아이와 함께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가족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몸과 마음 달래는 템플스테이 4선
산사에서 명상하고 산책 즐기고
전통 불교 무예 선무도 체험까지
음식 특화 사찰 외국인에게 인기

현재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은 모두 137개다. 오는 12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템플스테이 사찰 4곳을 골랐다. 아무런 규율이 없는 템플스테이부터 불교 무예 ‘선무도’를 배우는 이색 템플스테이까지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12일까지 이어지는 여행주간에 전국 105개 사찰이 1박2일 템플스테이를 2만원으로 할인해준다. 홈페이지 참조.
  
끼니때만 지킨다 - 동해 삼화사
 
삼화사는 동해 두타산 무릉계곡가에 있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삼화사는 동해 두타산 무릉계곡가에 있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강원도 동해 두타산(1353m) 자락에 들어앉은 삼화사는 1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고찰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물 맑기로 소문난 무릉계곡이 절 바로 앞에 있다. 무릉도원 같은 계곡 풍광에 반해 이곳을 예술 활동의 무대로 삼은 풍류객과 문인들이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사에 틀어박혀 며칠만 있어도 모든 시름 떨치고 묵은 병이 싹 날 것 같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고요히 생각을 정리하고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여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에서 ‘휴식형’이 인기인 건 그래서다. 첫날 오후 3시 입실해 체험복을 갈아입은 다음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저녁과 이른 아침에 예불이 있지만,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첫날 저녁과 이튿날 아침 공양 시간만 정해져 있다. 객실도 깔끔해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찾는 사람에게 인기다. 개인 화장실도 딸려 있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도 있다. 백팔 염주를 만들고, 촛대바위 일출을 함께 보러 간다. 휴식형 1박2일 어른 5만원, 여행주간 2만원.
  
완벽한 단절 - 공주 갑사
 
갑사 무문관 템플스테이는 세상과 단절하고 수행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갑사 무문관 템플스테이는 세상과 단절하고 수행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를 여러 번 해봤거나 결연한 각오로 수행 정진을 하고 싶다면 충남 공주 갑사로 가보시라. 계룡산(845m) 서쪽 기슭에 있는 갑사는 백제 불교 문화의 자존심이라 할 만큼 문화유적이 풍부하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개중에서 전국 사찰 중 유일하게 운영 중인 ‘무문관(無門關)’ 템플스테이가 유명하다. 무문관이란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일정 기간 오롯이 수행에 전념하는 과정이다. 무문관은 원래 승려들의 수행법이지만 얼마 전부터 일반인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 과정이 2박3일, 심화 과정은 4박5일이다. 사찰에 도착한 뒤 휴대전화와 개인물품을 반납하고 입방하면, 승려가 밖에서 자물쇠로 덜컥 문을 걸어 잠근다. 식사는 작은 문으로 넣어주는 것만 먹는다. 짜인 일정도 없고, 예불 시간도 따로 없다. 그야말로 독방에서 스스로 면벽 수행을 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중독에서 헤어나야 하고 외로움하고도 싸워야 한다. 그렇게 며칠 세상과 단절했다가 방에서 나오면 다들 “진짜 나를 만났다”고 고백한다. 기본 과정 20만원.
  
연잎밥 만들어 먹기 - 남양주 봉선사
 
봉선사에서 연잎밥을 만드는 학생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봉선사에서 연잎밥을 만드는 학생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전국에는 모두 ‘사찰음식 특화 사찰’ 15곳이 있다. 한국 사찰음식 명장 2호 계호 스님이 계신 서울 진관사, 넷플릭스 프로그램 ‘셰프의 테이블’에도 나온 전남 장성 백양사는 외국인도 줄지어 찾아갈 정도로 유명하다. 사찰음식 특화 사찰은 템플스테이 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백양사의 경우 8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 그렇다면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는 어떨까. 고려 시대(969년) 창건한 사찰로, 병자호란·임진왜란·한국전쟁 등 전란 때마다 큰 화재를 겪었지만 오뚝이처럼 되살아났다.  
 
당일 프로그램과 1박2일 프로그램 모두 내용이 알차면서도 예약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1박2일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이튿날 오전 연잎밥 만들기 체험을 한다. 찰밥에다 잣·은행·대추 등을 넣고 연잎으로 감싼 뒤 다시 쪄서 수행자들과 나눠 먹는다. 건강한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고 수행 중에 먹으니 꿀맛일 수밖에 없다. 타종 체험, 백팔 배 같은 기본 프로그램 이외에 ‘비밀의 숲 포행’이 있다. 둘째 날 아침, 봉선사 인근 광릉 국립수목원을 산책하는 시간이다. 1박2일 어른 6만원.
  
한국판 소림사 - 경주 골굴사
 
골굴사에서 ‘선무도’를 배우는 사람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골굴사에서 ‘선무도’를 배우는 사람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정신 수행만이 아니라 육체 수련까지 함께 하고 싶다면 경북 경주 골굴사를 추천한다. 골굴사는 전통 불교 무예 ‘선무도(禪武道)’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사찰이다. 한국판 소림사라고 할 만하다. 선무도는 석가모니 시대부터 전수된 수행법으로, 요가와 명상, 무술을 아우른다. 1박2일 체험형 프로그램 ‘움직이는 선의 숨결’과 휴식형 프로그램 ‘나에게 주는 선물’ 모두 선무도 수련이 포함돼 있다. 접수를 마치면 먼저 승려들이 선보이는 선무도 공연을 관람한다. 저녁 공양과 예불을 마친 뒤 선무도 수련을 한 번, 이튿날 오전 한 번 더 체험한다.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정신 수양만 하는 게 아니라 나태해진 몸까지 챙길 수 있어서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과 학생에게 인기다. 외국인 참가자도 많다. 호흡법부터 배운 뒤 체조로 몸을 풀고 선무도 선기공의 기본동작을 배운다. 지르기·앞차기·옆차기 등 기본 동작만 배워도 땀이 줄줄 흐른다. 1박2일 어른 6만원.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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