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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지각생 한국 “국제 프로젝트로 우주 강국 도약”

중앙일보 2019.05.10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2020년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져 있는 달의 표면. 월면토로 덮인 이곳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무인 달 탐사선이 내려앉는다. 탐사선은 착륙 직후부터 3D 지형분석 카메라를 이용해 달의 지형을 3차원으로 분석하기 시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달 자기장의 세기를 측정하고, 달 암석의 성분을 분석하는 등 달의 ‘속살’까지 들여다본다. 작업중인 탐사선 내부를 보니 천문연구원과 항공우주연구원 등 한국의 정부출연연구기관 마크가 보인다. 탐사선 자체를 만드는 데는 미국의 우주탐사 스타트업인 문익스프레스 등이 참여했지만, 내부에는 한국이 개발한 달 탐사용 탑재체들이 가득하다.’ NASA가 계획하고 있는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미리 그려본 시나리오다.
 

천문연, NASA 공동개발 실무협약
2020년 무인 달탐사 탑재체 개발
“우주 탐사엔 국제협력이 필수”

‘우주 지각생’ 한국이 미국 NASA 등 국제 우주 당국과 협력을 통해 우주과학·탐사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한국천문연구원이 국제연구진과 협력을 통해 블랙홀을 최초로 관측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NASA와 달 탐사용 탑재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실무협약을 맺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NASA와 공동 개발하기로 한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기 ‘스피어엑스’ 상상도(위쪽)와 예상 적외선 영상. [연합뉴스]

한국천문연구원이 NASA와 공동 개발하기로 한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기 ‘스피어엑스’ 상상도(위쪽)와 예상 적외선 영상. [연합뉴스]

조낙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장은 “3D 지형촬영 장비와 자기장 측정기구, 자원의 성분을 분석하는 분광기 등 약 10여개의 탑재체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며 “향후 NASA 실무진과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국제사업 참여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간 출연연이 국제협력을 통해 쌓아온 신뢰도가 바탕이 됐다. 실제로 천문연은 9년 전인 2010년부터 태양물리 분야 연구를 위해 NASA와 긴밀히 협력해왔다. NASA는 9년 전인 2010년부터 이미 태양 동력학 우주망원경의 관측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한국 천문연에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인적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천 적외선영상분광기 ‘스피어엑스’도 NASA와 함께 개발해나가기로 했다.
 
NASA가 개발한 탑재체를 한국의 궤도선에 싣기 위한 작업도 진행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1년 달 상공 100㎞ 궤도를 돌며 달 표면을 관측할 달 궤도선을 개발중이다. 여기에는 NASA 측이 극지방의 물 존재 여부를 확인하게 위해 제작한 ‘쉐도우 카메라’가 탑재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25년 완공 예정인 ‘달 궤도우주정거장’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의사를 NASA에 타진한 상태”라며 “지난달 중순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사업 참여를 위한 논의도 오갔다”고 밝혔다.
 
우주과학과 탐사 분야에서 한국이 예산과 기술을 공유하는 등 국제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우주과학·탐사 분야의 경우 방대한 학문적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인류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인 만큼 각국이 협력하면 사업의 안정성을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NASA의 경우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약 70%를 국제협력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황진영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각국이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주관련 국제협력의 프레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한국 역시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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