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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표현에 당황한 文…질문자와 은근한 기싸움도 감지

중앙일보 2019.05.09 22:37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독재자라고 표현하는 것 아니냐"(사회자 송현정 KBS 기자)는 질문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당황한 듯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맞지 않는 얘기란 말씀을 드린다”고 답변한 뒤엔 “정말… 그… 이… 촛불…”이라며 한동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좌파독재로 규정짓고 투쟁한다는 것은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미소지으며 답변을 마쳤다.
 
 9일 열린 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대담은 일대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다. 그런 만큼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문 대통령의 모습이 군데군데 나타났다. 
 
 실제 기자회견 대신 일대일 방송 인터뷰 형식을 원한 것은 문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현재 국면에서는 파편적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주요 사안에 대해 깊이 있고 솔직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며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해 보수 성향의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뒤 유사한 형식의 대담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담의 특성상 질문과 답변은 점층식으로 이어졌다. 송 기자가 "인사와 검증은 만족스럽나. 국민이 낮은 점수 주는 분야다"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인사참사라는 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송 기자는 바로 "그렇다면 검증ㆍ기준ㆍ판단 중 뭐가 잘못된 거냐"고 따져물었다. 이는 여러명이 하나씩 질문하는 기자회견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말이 오가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질문자 간의 은근한 기싸움도 감지됐다. 송 기자가 “그런데”라며 문 대통령의 말을 끊고 질문하려고 해도 문 대통령은 하던 답변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둘 사이 말이 엉키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문 대통령은 KBS측으로부터 질문지를 미리 전달받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큰 주제와 순서 정도만 논의됐고 구체적 질문은 공유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낮시간에 진행됐던 기자회견과 달리 저녁시간 대담을 택한 것도 대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오전이나 낮 시간대와 달리 저녁 대담은 차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담이 공영방송인 KBS와의 단독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대통령의 대담을 생중계하는 방송사가 KBSㆍYTNㆍ연합뉴스TVㆍMBN 등 7곳에 그쳤다. 기존 기자회견의 경우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뉴스채널 등 10여 곳의 채널을 통해 동시 생중계됐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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