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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아내 농로에 버렸으나 살인 의도 없었다”는 50대

중앙일보 2019.05.09 19:44
가정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가정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3)가 이같이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9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해덕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손톱깎이를 삼켰던 인물이다.
 
A씨는 지난 3월 22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 한 주택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B씨(63)를 무참히 폭행하고, 의식을 잃은 아내를 이튿날 새벽 군산시 회현면 한 농로에 버리고 도주한 혐의(살인 및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구속기소 됐다. 농로에 버려진 아내는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의 얼굴은 심하게 부어 있었고, 멍과 피하 출혈 등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아내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성폭행까지 했다. 당시 A씨는 해당 주택에 함께 있던 B씨 여동생도 폭행하고 손발을 묶어 감금했다. 
 
재판장이 ‘의식을 잃은 아내를 농로에 두고 간 이유가 뭐냐’고 묻자 A씨는 “당시 경황이 없었다. 내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차를 운전하면서 목사님한테 ‘집사람을 구해 달라’고 전화했다”고 답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흉기로 고인을 위협한 사실이 없고, (아내) 늑골 3개가 부러질 정도로 무참히 폭행한 사실도 없다”며 “피고인이 농로에 아내를 놔둔 것은 맞지만,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도 “아내를 달래주는 과정에서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범행 당일(3월 23일) 오전 2시 50분쯤 충남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졸음쉼터에서 차 안에 있던 A씨를 붙잡았다. A씨 전화를 받은 목사가 “지인이 자기 부인을 때려 숨지게 한 것 같다”고 112에 신고한 지 1시간 만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아내를 숨지게 했다. 2011년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과 함께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검거 당시 그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상태였다. A씨는 경찰에서 “(다른) 폭행 사건으로 나를 고소한 아내에게 ‘합의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를 거절해 홧김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 재판은 5월30일 열린다.  
 
앞서 A씨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손톱깎이를 삼켰다가 수술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지난 3월 31일 오후 4시쯤 군산경찰서 유치장에서 “손톱을 자르고 싶다”며 경찰관에게 손톱깎이를 요구했다. 유치장 관리 규정에는 날붙이가 없는 손톱깎이는 지급할 수 있다. 경찰관이 10여 분 뒤 “손톱깎이를 반납하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거짓말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유치장을 수색했는데 A씨 배 부분에서 금속 물질 반응이 잡혔다. 병원에 이송된 A씨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 결과 손톱깎이는 A씨 배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개복 수술 후 십이지장까지 내려간 손톱깎이를 꺼냈다. 경찰은 “처음부터 혐의를 인정하지 않던 A씨가 시간을 끌기 위해 손톱깎이를 삼킨 것 같다”고 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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