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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자 "보살펴 주겠다" 했지만…돌아온 건 학대·갈취였다

중앙일보 2019.05.09 11:16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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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친구가 숨지자 남은 아내와 딸·아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40대 주부가 이들을 5년간 수차례 학대하고 장애연금까지 빼앗은 이른바 ‘영천판 노예사건’. 사건의 주범인 A씨(41)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40대 주부가 남편의 친구 죽자
남은 장애인 가족 데려와 학대
장애연금 등 6600만원 빼앗아
아들 알바하던 식장 주인이 신고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지민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돈을 관리해 준다며 장애인 가족의 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A씨에게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범행했고 범행 횟수·기간·금액이 상당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9일 판결문에 따르면 주부 A씨는 남편의 친구가 2013년 5월 숨지자 그의 아내인 지체 장애 3급 B씨(46)와 아들(18), 딸(23·지적장애 3급)을 경북 영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장애가 있는 등 사정이 딱하니 내가 보살펴 주겠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장애가 있었던 B씨 가족에겐 이때부터 지난해 5월까지 5년간의 긴 악몽이 시작됐다. A씨가 돈을 갈취하는 것은 물론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A씨는 이들 가족이 자신의 집으로 온 지 1년도 채 안 된 2014년 3월 B씨에게 “함께 지내려면 돈이 드는데 내가 관리를 해주겠다”며 피해자들 명의의 통장을 받았다. A씨는“너희 앞으로 모두 쓸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라”고 했지만, 한 달쯤 뒤 이 통장에서 자신의 보험료를 냈다. 이후 지난해 5월까지 이들 가족의 장애연금·유족연금을 비롯해 이들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까지 6600만원가량을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김정석기자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김정석기자

또 A씨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 가족을 때렸다. B씨에게 함께 술을 마시자고 한 뒤 “기분이 나쁘다”며 그를 벽에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다. 
 
B씨의 아들에게는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A씨는“내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뒤 “이번 일은 스스로 뜨거운 물을 몸에 부으면 넘어가 주겠다”고 했다. B씨의 아들이 “용서해 달라”고 빌자 주방에서 끓인 물을 가져와 얼굴, 다리 등에 부어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화상을 입혔다. 
 
A씨의 행동은 지난해 5월 B씨의 아들이 아르바이트하던 식장 주인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알려졌다. 당시 식당 주인은 “장애인 가족이 폭행을 당하고 돈을 빼앗기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대구지법은 기소된 A씨에 대한 재판을 폭행 부분과 금품 갈취 부분으로 나눠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구지법 형사1단독 주경태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지적능력이 부족하거나 지체 장애가 있어 보통의 사람보다 약한 처지에 있었기에 피고인의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의 정도가 매우 높다”며 “다만 처음에는 피해자들의 딱한 처지를 듣고 살게 된 사정이 엿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영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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