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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불에 ‘데인’ 듯한 고통이라고요?

중앙일보 2019.05.09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극심한 고통을 비유적으로 이야기할 때 “불에 데인 듯한 고통”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 등과 같이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 바로 ‘데이다’이다.
 
불이나 뜨거운 기운으로 인해 살이 상하게 될 경우 이처럼 ‘데이다’를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데다’고 해야 한다. ‘데이다’는 피동사를 만들 필요가 없는 말에 불필요하게 피동사를 만들어 주는 접사 ‘-이-’를 붙여 쓴 표현이다.
 
접사 ‘-이-’를 불필요하게 붙여 사용하는 경우는 ‘데이다’ 외에도 적잖다. “목이 메인다” “가슴을 에이는 듯한 슬픔을 느꼈다”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각각 ‘메다’ ‘에다’가 기본형으로 ‘멘다’ ‘에는’으로 고쳐야 한다. 또 “가슴이 설레인다”에서와 같이 ‘설레다’를 ‘설레이다’ 형태로 쓰기도 한다. ‘설레인다’가 아니라 ‘설렌다’가 바른 표현이다. 모두 불필요한 접사 ‘-이-’를 빼야 한다.
 
‘데이다’는 ‘데다’의 잘못이므로 이를 활용한 ‘데이고, 데여서, 데이니, 데인’ 역시 ‘데고, 데어서, 데니, 덴’ 등으로 바꾸어야 한다.
 
과거형으로 표현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끓는 물에 손을 데였다”와 같이 쓰기 쉽다. ‘데였다’는 ‘데+이+었+다’의 구성이므로 바른 표현이 아니다. 기본형인 ‘데다’에 과거형을 만들어 주는 어미 ‘-었-’을 더해 ‘데+었+다’, 즉 ‘데었다’고 해야 한다.
 
간혹 “불에 딘 상처”에서와 같이 ‘디다’를 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디다’는 ‘데다’의 방언이므로 “불에 덴 상처”로 고쳐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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