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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해야 vs 제정필요…학생인권조례 두고 진통 여전한 경남, 왜?

중앙일보 2019.05.08 11:5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4회 학생인권의 날'에서 학생참여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4회 학생인권의 날'에서 학생참여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상정을 앞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서울과 전북은 경남보다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2012년, 광주는 2013년에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했다.
 
조희연(서울)·김승환(전북) 교육감은 8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달 26일 학생인권조례 제장안을 도의회에 제출했고, 오는 14일 개회하는 제363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심의를 앞두고 있다.
 
경남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지난 2009년부터 제정을 시도했는데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지난해 9월부터 초안을 마련해 제정을 추진했지만, 보수성향 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진통을 겪었다. 결국 조례제정 추진단은 도민·학교장 등으로부터 의견을 받아 원안 중 34개 조항을 수정하고, 5개 조항을 각각 신설·삭제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지난 2월 17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열고 있다. [뉴스1]

경남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지난 2월 17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열고 있다. [뉴스1]

예컨대 원안에는 반성문·서약서를 금지하고 있지만, 수정안은 학교가 회복적 성찰문 등 대안적 지도방법을 찾을 수 있게 했다. 또 표현·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되 그 방법은 비폭력·평화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와 관련해서도 교육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수정안 마련 이후에도 찬반공방은 여전하다.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측은 “학생의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16조가 수정되지 않았다”며 “조례안이 가정을 파괴하고 미래세대를 성적 문란과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청소년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꼴찌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학생들은 개성이나 취향, 창의성·자율성은 금기시되고 오로지 공부만 하는 기계가 됐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쳐주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4월 13일 경남 창원시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범도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13일 경남 창원시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범도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중 4곳에서 시행 중인데, 대부분 제정 과정에서 부침을 겪었다. 201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도는 수업시간 외 교내집회 허용과 사상의 자유 조항 등이 논란이 되자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거친 후 이를 삭제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이후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 2013년 전북까지 차례로 도입됐다. 이중 집회의 자유를 명시한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조례의 내용은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의 자유권·평등권을 보장하고 학교자치 참여권과 교육 복지권을 강조한다.쉽게 말해 학생이 성별이나 종교, 임신·출산,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복장·두발 등 용모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논란은 여전하다.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는 측은 학생의 권리와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학교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학칙을 논의하는 분위기가 형설될 것이라 기대한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권 타락과 학력 저하 문제 등을 우려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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