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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까지 내던지면서 아베 총리는 왜 김정은에 매달리나

중앙일보 2019.05.08 11:15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일본 전체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김정은-푸틴 회담이후 일본 패싱 우려 커진 듯
6자회담 국가들중 유일하게 김정은과 회담못해
북미관계 휘청하는 지금을 日에겐 기회로 분석
7월 참의원 선거 전에 성과 내려는 초조감도
요미우리 "6일 트럼프 통화서 뭔가 있었을 것"

 “조건 없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발언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북·일 정상회담을 한다면 납치문제 해결에 걸맞는 회담이 돼야 한다”며 납치 문제의 진전을 사실상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아베 신조 총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아베 신조 총리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일본 언론들은 "만약 김 위원장만 조건을 내걸면 그것을 다 들어주겠다는 것이냐"며 의문을 쏟아내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북한이 납치 문제 해결없이도 대화가 진전될 수 있다고 해석할 위험이 있다"며 "전제조건을 내걸지 않겠다는 건 도박"이라고 했다.
 
과거 "대화가 아닌 압박이 중요","북한에 최대한 압력을 걸어야 한다"며 가장 냉정한 자세를 유지했던 아베 총리로선 자존심까지 내던진 듯한 행보다.  
 
아베 총리는 왜 북ㆍ일 정상회담 성사에 이토록 매달리게 된 걸까.
 
일단 지난달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이 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한다. 
 
 지난달 25일 리셉션장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리셉션장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북ㆍ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과거 '북핵6자회담' 참가국중엔 유일하게 일본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국가로 남게됐다. 
 
TV아사히는 "향후 북한의 비핵화문제가 다시 6자회담의 틀로 넘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아베 총리가 '김 위원장을 빨리 만나야 납치 문제 등 일본의 주장을 6자회담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ㆍ미 관계가 정체돼 있는 현재의 상황을 북·일 관계 개선의 최대의 호기로 아베 총리가 판단했다는 관측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전격적인 방북이 실현됐을 당시 북한은 미국의 부시 정권과 격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관계인 아베 총리의 존재감이 북·미간 중재자로서 주목받고 있는 지금 김 위원장과 만나야 아베 총리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 근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골프 라운딩을 할 때도 화제의 중심은 북한 문제였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김 위원장 관련 정보나 조언이 아베 총리를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도 지난 6일 밤 이뤄진 두 정상간 30번째 전화회담과 관련 “단순히 북한이 쏘아올린 단거리 발사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두 정상이 전화회담을 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고, 아마도 (그 사이에 북ㆍ일 사이에)여러가지 움직임이 있었을 것”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ㆍ일 관계의 내밀한 부분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을 7월 참의원 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을 의식한 태도 변화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초조감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골프 회동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27일(현지시간) 골프 회동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잔여 임기를 2년 4개월 앞둔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쿠릴열도 4개섬(일본에선 북방영토)반환^평화헌법 개정 등 3대 과제에 힘을 쏟아왔다.  이중 다른 두 가지 과제에 진전이 없자 북한 문제에 올인하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가운데 도쿄신문은 8일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먼저 일본이 독자 제재로 취하고 있는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북한 관계자’ 가 도쿄신문에 “북ㆍ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이 우선 인적 왕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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