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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현장에 조직폭력배·문신男 달려가는 까닭

중앙일보 2019.05.08 10:12
지난 3월 2일 새벽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앞 도로에서 승용차끼리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곧 수원·화성 지역에서 활동하는 견인 차량 3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뒤늦게 경기도 광주 지역 견인기사 10여 명이 조직폭력배와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아 먼저 온 견인 차량을 둘러싸고 사고 차량을 넘기라며 협박했다. 이들은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출동한 경찰 지시에도 따르지 않고 1시간여 동안 도로를 점거한 채 교통을 방해하다 경찰이 강력하게 경고하자 그때 야견인 차량을 뺐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교통사고 현장에서 견인할 차량을 가로채고 특정 렌터카 업체와 연계해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견인 차량들이 일감을 가로채기 위해 다른 견인 차량을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견인 차량들이 일감을 가로채기 위해 다른 견인 차량을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 2~4월 경기도 수원·화성 지역에서 발생한 10여 건의 특수상해,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렌터카 업체 사장 A씨(29)와 A씨의 동생인 견인기사 B씨(25) 등 견인업체 관계자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일당은 A씨와 렌터카 업체 직원인 조직폭력배, 견인업체 사장 2명, 견인기사들로 구성됐다. 견인기사들은 대부분 20대로 경기도 광주와 수원에서 활동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현장에는 가장 먼저 도착한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끌고 간다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수원·화성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집단으로 몰려가 먼저 온 상대 견인 차량이 견인을 못 하게 방해하고 항의하면 집단폭력을 행사해 견인할 차량을 가로챘다. 
 
A씨와 견인업체 대표 등은 피해자들에게 위압감과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해 조직폭력배나 문신이 있는 건장한 체구의 20대 견인기사들을 영입했다. 이들은 2월임에도 일부러 반소매와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 문신이 드러나도록 했다. 
 
또 피의자들은 현장에 출동한 보험사 직원을 협박해 사고 현장에서 내쫓고 사고 차량 운전자를 자신들과 연계된 렌터카 업체에 소개해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보험사 직원, 견인기사 등 확인된 피해자만 12명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A씨는 견인기사들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렌터카 업체를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특정 견인업체에 사무실 비용과 홍보비를 지원하는 등 대가성 금품을 제공해 견인기사들을 포섭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렌터카 업체 대표와 견인기사나 화물차 기사가 부정한 금품을 주고받으면 처벌받는다. 견인기사들이 A씨의 렌터카 업체를 소개해주면 A씨는 렌트 수익금의 15%를 기사들에게 지급해 유착관계를 맺었다. 
 
피의자들은 위의 방법으로 경기도 광주 지역 견인업계를 장악한 뒤 수원·화성 지역으로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폭력과 협박을 일삼았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이들의 영업장부와 계좌 등을 분석해 차량공업사 등과의 유착관계, 과다 견인비 청구 추가 피해 사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토교통비 고시에 따라 승용차 기준 최소 기본 견인비가 5만1600원이지만 피의자들은 야간, 주말, 특수장비 사용료 등 추가 요금을 보험사에 허위 청구한 혐의가 있다. 또 경찰은 견인 차량의 불법 구조 변경과 견인업체 간 과잉 경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행위 역시 단속할 계획이다. 
 
수원=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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