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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횡령 의혹' 버닝썬, 수사 시작 뒤 임대 계약서 썼다

중앙일보 2019.05.08 05:00
지난 2월 17일 클럽 버닝썬의 모습. [뉴스1]

지난 2월 17일 클럽 버닝썬의 모습. [뉴스1]

경찰이 클럽 버닝썬의 최대 주주인 전원산업이 월 1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계약서를 뒤늦게 만든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은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비롯한 버닝썬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8일 승리와 그의 동업자인 유인석 유리홀딩스 전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될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전원산업과 버닝썬간에 체결된 임대료 계약서가 버닝썬 사건 수사가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작성된 정황을 파악했다. 수사팀은 전원산업이 버닝썬 지분 42%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실제 클럽 경영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당초 전원산업은 클럽 운영에 개입한 바 없고 횡령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해왔다.
 
경찰이 확보한 임대료 계약서에 기재된 계약 체결 날짜는 지난해 중순이지만 지난 2월 선임된 전원산업 임원 명의로 서명이 이뤄졌다고 한다. 횡령 혐의로 입건된 전원산업의 이모 대표 등은 경찰 조사에서 계약서를 근거로 정당한 계약임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엔 실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버닝썬 입주 당시엔 임대료를 0원으로 책정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전원산업 관계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버닝썬 20억대 횡령…승리 공범 적용 검토
경찰은 전원산업과 승리, 대만인 투자자인 린사모의 금고지기인 안모씨 등 버닝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전부를 버닝썬 자금 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이 초기 투자금인 24억5000만원을 회수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횡령에 가담했다고 보고 공범으로 판단했다. 다만 임대료에 대한 세금 신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점 등으로 비추어 법원에서 법리 싸움이 치열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가수 승리가 3일 오전 유리홀딩스와 버닝썬 자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뉴스1]

가수 승리가 3일 오전 유리홀딩스와 버닝썬 자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뉴스1]

또 수사팀은 승리와 그의 동업자인 유씨가 몽키뮤지엄과 컨설팅 회사인 네모파트너즈를 통해 각각 2억6400만원씩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버닝썬 계좌에서 돈이 흘러나가긴 했지만 이들은 “적법한 계약이 체결됐고 사적으로 얻은 이익이 전혀 없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전원산업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버닝썬으로부터 임대료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이성현‧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가 전원산업측과 회의를 열어 월 1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모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전원산업측은 경찰 조사에서 “버닝썬 경영 상태가 안정된 이후 주변 시세에 맞게 임대료를 받았을 뿐이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지난주 승리를 소환해 10억여원에 가까운 버닝썬 자금이 임대료 명목으로 전원산업에 입금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추궁했다. 승리를 총 20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인 만큼 두 업체 간 계약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원산업 "구두계약 적법하게 끝나"
전원산업 관계자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횡령 목적이었다면 왜 임대료를 받으면서 적법하게 세금 신고를 다 했겠냐. 공간을 내주면서 임대료를 받았을 뿐이다”며 “계약서 작성 시점이 실제 임대료를 받았던 때보다 다소 늦을 수는 있어도 구두로 이미 계약을 마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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