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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 압박 컸나…검찰·경찰 조사받은 피의자들 극단적 선택

중앙일보 2019.05.08 05:00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기관은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수사에 따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 때 고발된 대전지역의 한 조합장이 지난달 29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음독을 시도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진은 대전지방검찰청 [중앙포토]

지난 3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 때 고발된 대전지역의 한 조합장이 지난달 29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음독을 시도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진은 대전지방검찰청 [중앙포토]

 

조합장 선거 관련 검찰 조사받던 조합장 음독
뇌물공여 혐의 경찰 조사받던 40대 목숨 끊어

지난 3일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 등산로 입구에서 대전의 한 농협 조합장 A씨(64)가 쓰러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A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는 농약 성분의 독극물을 소량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조합의 예산을 임의로 사용하고 부당 대출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선거운동 중 유권자인 조합원에게 금품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A씨를 불러 고발된 내용을 조사했다. 사법처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A씨에 대한 추가 조사는 치료 과정을 지켜본 뒤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부서를 확인한 결과 심야 조사와 강압수사 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오전 6시 30분쯤에는 대전시 동구 산 입구에 주차된 차 안에서 B씨(45)가 숨진 채 발견됐다. 차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소방대는 이날 자정쯤 그의 가족으로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수색 6시간여 만에 차량을 발견했다.
 
B씨는 숨지기 전 가족과 지인에게 ‘미안하다. 남은 일 처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남겼다.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원은 유서를 발견, 경찰에 넘겼다. 유서에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B씨는 지난 3월 27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애초 그는 불법오락실 운영과 물품 사기 혐의 등으로 대전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 도중 그가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준 정황이 드러나자 경찰은 사건을 지방청으로 가져왔다. ‘토착비리’로 판단,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당시 B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숨지면서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다.
 
B씨가 숨진 사건을 처리한 경찰서는 검찰의 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그가 피의자 신분으로 대전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B씨가 다른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해당 경찰서의 해명이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등에서 피의자·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 모든 기록이 남고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고 검찰의 지휘를 받고 사건을 송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40대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대전지방경찰청 [중앙포토]

지난 3월 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40대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대전지방경찰청 [중앙포토]

 
B씨 변사 사건을 지휘한 검찰은 서류에 ‘피의자 신분’을 누락한 점을 들어 경찰에 “다시 수사하라”고 했다. A씨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언급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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