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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부터 윤지오까지…폭로 나오면 양쪽으로 나뉘는 사회

중앙일보 2019.05.08 05:00
국내 '미투' 1호 폭로자로 평가받는 서지현 검사(왼쪽)와 고(故) 장자연씨 사건 증언자 윤지오씨. [뉴시스·연합뉴스]

국내 '미투' 1호 폭로자로 평가받는 서지현 검사(왼쪽)와 고(故) 장자연씨 사건 증언자 윤지오씨. [뉴시스·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할 당시 민간인 정보를 수집했다”고 폭로하자 자유한국당이 나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반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한 행동으로, 폭로한 사람의 문제”라고 김 전 수사관을 비판했다.  

 
지난해 3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 전 사무관이 유튜브와 기자회견을 통해 “적자 국채 발행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하자 한국당이 이 발언을 토대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고발했다. 그러나 손혜원 당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신 전 사무관은 돈을 벌러 나온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고(故) 장자연씨 사건에 관해 폭로를 이어가던 윤지오씨의 국회 간담회에선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간담회는 한국당을 제외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 22일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순방 갔다 온 첫 일성이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수사 철저히 하라’고 하셨다. 수사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도 “김태우 사건, 신재민 사건과 함께 특검해 달라”며 앞선 두 사건을 함께 언급했다. 정치권이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여야 대리전으로 번진 ‘미투’ 폭로
미투(#Me Too) 폭로도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누구냐에 따라 정치권은 입장을 달리했다. 지난해 1월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때 민주당은 “최 의원이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비위에 관해 통보받고도 범죄를 묻으려 했다”며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당은 언급을 자제했다.   
 
김지은씨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김지은씨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그러나 두 달 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 비서였던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에 양당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은 안 전 지사를 향해 “배신감이 차올라 치가 떨린다”며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성추행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진영에서만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시 안 전 지사를 서둘러 출당시켰다.   
 
“정치권 개입, 제보자에 대한 불신 키워”
전문가는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공익제보자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한 의도를 갖고 나선 사람도 자칫하면 사적 이익이나 정파적 이득을 위해 행동한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의심을 갖고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양극화된 정치권의 정파적 의도가 끼어들면서 폭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영기 호루라기 재단 이사장은 “공익 제보에 정치적인 의미가 개입될 경우 각자 입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폭로에 따라 우리 사회의 공익이 수호되는 부분이 있다면 공익제보자로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편에서는 공익제보자라고 하고, 한편에서는 내부기밀을 누설한 위법자로 본다. 모든 제보를 공익제보인지 기밀 누설인지 사법부에서 판단하는 건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며 “언론이 엄정한 사실 검증을 통해 이를 가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가영·남궁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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