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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영방송’ KBS는 왜 표현의 자유를 맘대로 해석하나

중앙일보 2019.05.08 00:18 종합 28면 지면보기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KBS의 간판인 9시 뉴스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KBS 9시 뉴스의 수도권 시청률이 4월 24일 9.4%, 25일 9.7%를 기록했다. 주말도 아닌 평일에 이틀 연속 시청률이 10% 아래로 추락한 것은 KBS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에 근접하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대한민국 중심채널”이라고 자화자찬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편향 시비로 뉴스 시청률 반토막
시청자의 선택 권리 보장해야

최근 김용옥의 막말 파동, 강원도 고성 산불 늑장 특보 및 거짓 특보 방송은 KBS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의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본질적 문제는 더 근본적인 데 있다. KBS 구성원들은 지금 공영방송의 제작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자유를 외부의 간섭에 맞서는 언론인의 방어적 권리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자유는 그것보다 더 높고 깊은 의미가 있다. 공영방송의 자유는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확인되듯이 ‘수용자의 자유 증진에 봉사하는 자유’다. 방송의 자유는 수용자의 자유를 증진하는 데 이바지하는 자유다. 방송의 자유는 방송인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
 
그러면 시민의 자유는 무엇인가. 자유의 개념에 대해 최근에는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이 통용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자유는 외부의 압력과 간섭이 없을 뿐 아니라 개인이 선택할 권한을 갖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러 갈래 길을 막고서 한쪽으로 이끄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사회적 책임성을 앞세워 의제와 프레임을 주도하는 것은 시청자의 자유를 침해·박탈하는 것이다. 시청자의 선택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선택 권한을 침해한 자유는 이미 자유가 아니다. 물론 자유는 무엇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전제될 때 그러한 자유도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영방송에서 선택권은 수용자가 가져야 한다. 갈등적인 뉴스 보도에서 수용자에게 지금보다 더 다양한 선택안이 제공돼야 한다. KBS는 지금 방송 자유를 ‘방패’로 자신의 자유를 증진하고 있다. 시청률과 신뢰도 하락은 KBS의 언론 자유가 시민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자유의 역설’ 현상이 나타난 신호이다. 시청자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 자위권을 발동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자유를 시민의 자유에 우선할 수는 없다. 시민의 자유는 공영방송이 지켜야 할 목표이자 규범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영방송의 숙명이다.
 
자유는 사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될 수 있다. 누구든지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있다. 그러나 주먹은 상대방의 코앞에서 멈춰야 한다. ‘자유의 제한’ 원리는 진보정부에서만 강조될 것이 아니다. 진보·보수 이념을 뛰어넘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켜야 할 규율이다. KBS가 시민에 봉사하는 자유, 선택권을 제공하는 자유를 높이려면 지금의 편향성 시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KBS는 살아있는 권력에 친절하다.
 
영국 BBC의 불편 부당성 원리를 보고 배워야 한다.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사회적 쟁점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KBS 스스로 진리를 독점할 수 없다. 봉사하는 자유를 가진 것이지, 군림하는 자유를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심 채널로서 종합적이고 완결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단독 인터뷰를 한다고 한다. KBS는 대통령과의 대담방송을 통해 시민의 자유를 증진할 방안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SNS에서는 가짜뉴스가 넘치고 있다. 믿고 의지할만한 방송 공론장이 절실하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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