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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수출 업종마저 해외에 빼앗긴다면…

중앙일보 2019.05.08 00:16 종합 29면 지면보기
장정훈 산업2팀 차장

장정훈 산업2팀 차장

LG전자가 7월쯤이면 평택의 휴대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700여 명은 창원 등 다른 가전 공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결국 평택 휴대폰 공장의 700여개 일자리는 사라지는 셈이다. 휴대폰은 ‘IT(정보통신) 코리아’를 만든 주역이자 지금도 주력 수출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해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휴대폰만 3억5000만 대가 넘는다. 하지만 이중 국내 생산량은 이제 채 10%가 안 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수년 전 구미에 일부 생산 라인만 남기고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겼다. 그 사이 국내 휴대폰 공장 일자리는 1만개 남짓까지 줄었고, 해외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는 20만개가 넘는다.
 
휴대폰만의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주력 수출품인 유화(에틸렌), 철강(냉연강판), 신소재(스판덱스)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 분야의 SK나 롯데, 포스코, 효성 등이 최근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는 곳은 국내가 아닌 해외다. 대기업이 가면 중소기업도 따라간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국내 투자는 계속 감소하고 해외 투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제조업 엑소더스나 공동화 경고가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이제는 주력 수출 업종마저 가세하고 있어 심각해졌다.
 
노트북을 열며 5/8

노트북을 열며 5/8

기업의 국내 투자가 저조할수록 경제의 성장 동력은 식고 일자리는 줄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주요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률은 70%대, 수도권 산단의 공장 가동률은 60%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연속 제조업 취업자 수가 10만명 이상 감소하는 이유다. 안산공단의 한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업체는 모두 해외로 나가고, 공단 내에는 영세업자만 남았다”고 전했다. 코트라는 “2016년 기준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제조업체 수는 5781개, 이들이 현지서 만든 일자리는 259만개”라고 했다. 단순 계산해도 청년 실업자 수(47만명)의 5배 수준이 넘는다.
 
어느 나라든 제조업이 퇴조할수록 경기 부진은 깊어지고 불황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은 커진다.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경제나 일자리를 위해서도 수출 주력 업종의 국내 공장은 꼭 지켜야 할 보루다. 정부가 외쳤던 혁신산업 육성이나 제조 스타트업 성과가 미흡하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처럼 투자를 막는 규제들이 무성하고, 무소불위의 노조가 판을 치며, 최저 임금 대폭 인상 같은 반시장 정책이 쏟아진다면 제조 스타트업 창업은커녕 휴대폰같은 기존 수출 주력 업종마저 해외에 빼앗기는 걸 바라만 봐야 할지 모른다.
 
장정훈 산업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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