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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좀비 유류세

중앙일보 2019.05.08 00:04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유류세, 보다 정확히 말해 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에는 ‘좀비세’라는 별명이 있다. 워낙 끈질기게 살아남아서다. 교통세는 25년 전인 1994년 처음 걷기 시작했다. 휘발유에 공장도 가격의 150%(경유는 20%)를 세금으로 붙였다. 도로·철도 같은 교통 인프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2년 뒤 ‘휘발유 1ℓ당 345원 ±30%’로 바뀌었다. 기름값이 떨어져 정률제로는 세수에 차질이 생길 것 같자 취한 조치였다. 정액 세금은 역설적으로 98년 외환위기 때 껑충 뛰었다. ℓ당 691원이 됐다. 불황에 잘 걷히지 않는 소득세·부가세 등을 벌충하려고 교통세를 확 올렸다. 그 뒤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물가 안정 차원에서 세금을 단계적으로 낮췄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쭉 유지되는 기준은 ‘휘발유 1ℓ당 475원 ±30%’다.
 
한 해 16조원 가까이 걷히는 교통세는 진작 사라질 운명이었다. 애초 2003년까지 10년만 걷기로 했다. 그러던 것을 3년씩 계속 연장했다. 무려 6번이나 일몰을 맞았다가 되살아났다. ‘좀비세’라 불리는 이유다. 6번째 부활은 올해 초였다. ‘2018년 말’이란 시한을 다시 한번 넘겼다.
 
사실 인프라용 목적세인 교통세는 문재인 정부와 잘 맞지 않아 보였다. 전 정부들을 “토건 국가”라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교통세 연명에 뒤이어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이 덜컥 떨어졌다. 대부분 교통 인프라 사업이다. 오비이락이겠지만 왠지 찜찜하다. 선심성 사업 재원을 쉽게 마련하려고 교통세를 살려놨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그래도 소시민들은 묵묵히 세금을 낸다. 엊그제 들린, “앞으로 4개월간 유류세를 7% 덜 받겠다”는 소식에 그저 반가워하면서다. 소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정부가 더 떳떳하고 투명하게 세금을 걷고 썼으면 한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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