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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70점 준 홍영표 “싸울 땐 싸우더라도 법안은 처리해야. 후임에게 미안”

중앙일보 2019.05.07 18:18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62’, ‘2361’ 그리고 ‘70’.
야전사령관이라 불리는 여당 원내대표의 임기(1년)를 마무리하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7일 고별 간담회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화려한 말을 숫자로 대신하는 듯했다. “오늘까지 꼭 362일째다. 그 기간에 본회의에서 2361개 법안을 처리했더라”고 했다.
 
70은 그가 자신에게 매긴 점수다. 무거운 짐을 던져버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간담회장에 들어왔지만 이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소회를 밝히면서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11일 취임했다.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조건으로 국회 앞 텐트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직전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의원은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홍 원내대표 체제에서 특검을 수용하고 국회를 정상화했다. 그는 “싸우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열자는 생각에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았다. 42일 만에 어렵사리 국회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이후에도 국회는 공전을 거듭했지만, 적잖은 입법을 했다. 홍 원내대표는 ‘협치’를 통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임기 중 열린 17번의 본회의에서 처리한 2361건의 법안 중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 인터넷전문은행법,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아동수당법(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김용균법(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미세먼지 대응 법안과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홍 원내대표는 ‘유치원 3법’ 통과 실패와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를 출범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또 “초당적으로 협력해 한반도 평화 물꼬를 틀고자 했는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 원내대표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저도 작년에 당선되자마자 국회의 문이 닫혀 있어서 난감했는데 이렇게 중단된 상황을 후임에게 넘겨줘 미안하다”면서다. 올해 한국당의 모습에 섭섭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작년 같으면 여야가 입장이 달라서 싸울 건 싸우더라도 (민생법안) 처리는 하면서 했는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취임한 이후에는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내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면 여야 간 새로운 대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당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선제적으로 취소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홍 원내대표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고소·고발은 별개”라고 답했다. 이어 “법을 만드는 곳인 국회가 가장 법을 잘 지켜야 한다. 정치적인 거래로 이번 문제가 유야무야 되진 않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2년에 대해선 “한국 경제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새로운 도약을 할 단계에 와 있는데 이를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에는 당부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저뿐 아니라 다음 원내대표나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야기한다.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에서 경제 사회의 주체로 책임을 함께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체로 위기 국면인 대북 정책에 대해선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2017년 전쟁의 위기로부터 벗어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해줬다”며 평가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8일 열리는 선거에서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을 물려주게 된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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