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대 넓어져 다행이고 고맙다”…자세 낮춘 문무일, 배경은?

중앙일보 2019.05.07 11:01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져 다행이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7일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공개 반발했던 모습과 비교해 문 총장이 자세를 한껏 낮춘 모습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국 '달래기'에 "논의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문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깊이 있는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어서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고맙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은 과거에 대한 비판의 원인을 성찰하고 대안을 성심껏 개진하고 있다"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더불어 수사의 개시, 그리고 종결이 구분되어야 국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SNS에 "문 총장의 우려 역시 경청 돼야 한다"고 적은 데 대해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출석을 요구하면 성심껏 준비해 답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사의 표명 등 거취 문제도 일단락됐다.
 
입장 급선회한 문무일, 배경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발하며 해외 출장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총장은 내부 의견 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 앞에 검찰 입장을 호소하는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발하며 해외 출장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총장은 내부 의견 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 앞에 검찰 입장을 호소하는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한때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며 공개반발했던 문 총장의 발언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 총장은 사법공조 체결을 위해 해외출장 중이던 지난 1일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현재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남은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4일 중도 귀국한 문 총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며 거취 고민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명의 뜻을 밝힌 셈이었다. 
 
검찰 이어 법조계·학계도 반대 목소리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차에 오르고 있다. 최승식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차에 오르고 있다. 최승식 기자

문 총장의 입장이 급선회한 배경을 두고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의 대국민 여론전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공개 반발한 이후 법조계와 학계, 정치권 등에서도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금태섭·조응천 의원이 공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문 총장의 입장 발표 이후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도 많이 수그러진 상태다. 최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엔 수뇌부에 대한 거취 문제를 지적하는 등의 반발 목소리 대신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현실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의견 등이 주로 올라오고 있다. 현직 검사장급 인사는 "문 총장의 입장 발표 이후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검찰에 고무적인 측면이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文 대통령 취임 2주년 앞두고 '숨 고르기' 관측도
오는 1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게 전략상 바람직하지 않아 일종의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국 수석이 전날 SNS를 통해 '검찰 달래기'에 나선 것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귀국 뒤 처음 출근한 문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간부들과 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한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문 총장이 "공론의 장에서 공론의 장이 마련돼 오로지 국민을 위한 법안이 충실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만큼 추가 입장 표명이나 기자간담회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