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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부에 살해된 여중생 친부 “자기도 아들 있는데 어찌…”

중앙일보 2019.05.07 05:00
지난달 27일 계부 김모(31)씨에게 살해돼 이튿날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A양(13) 빈소. 영정은 A양이 올해 중학교 입학 후 찍은 사진이다. [사진 A양 친부]

지난달 27일 계부 김모(31)씨에게 살해돼 이튿날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A양(13) 빈소. 영정은 A양이 올해 중학교 입학 후 찍은 사진이다. [사진 A양 친부]

“자식을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는데, 마땅히 죗값을 치러야죠.”
 
재혼한 남편 김모(31)씨를 도와 중학생 친딸 A양(13)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친부 B씨(39)는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B씨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목포 평화광장에서 딸과 함께 자전거와 바이킹을 탔던 기억이 난다. 못 지켜줘 괴롭다”며 한숨 쉬었다. 그는 카톡 프로필에 A양 빈소 사진과 함께 ‘사랑하는 딸 하늘에선 행복하게 웃고 사랑받으며 자라라. 아빠가 미안해’라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유씨가 ‘A양을 못 키우겠다’고 해 지난해 1월 양육권 소송을 거쳐 A양을 다시 목포 집에 데려왔다. 계부 김씨가 A양과 유씨를 각각 한 차례씩 폭행한 혐의로 입건되는 등 가정생활이 평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씨도 이를 근거로 딸 죽음에 대해 “남편(김씨)이 무서워서 가담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 중학생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계부 김모(31·오른쪽)씨와 범행을 도운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친모 유모(39)씨. [연합뉴스]

지난 1일 중학생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계부 김모(31·오른쪽)씨와 범행을 도운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친모 유모(39)씨. [연합뉴스]

B씨와 살게 된 A양은 처음에는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 했다고 한다. B씨는 “딸이 남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가 112에 가출 신고를 하고 이튿날 새벽 광주 (A양) 친구 집에서 아이들을 데려온 적이 있다”고 했다.
 
B씨와 유씨는 2005년 목포에서 만나 10년간 부부로 살았다. 둘 다 재혼으로 각각 아들(19·대학교 1학년)과 딸(16·고 1)을 데리고 결혼해 남매인 A양과 아들(10·초등학교 4학년)을 낳았다. 유씨는 모두 3차례 결혼했고, 딸 둘과 아들 둘을 뒀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B씨는 유씨와 이혼 후 사글셋방에서 A양 등 자녀 셋을 키웠다고 한다.      
 
유씨는 B씨와 살 때까지만 해도 교회를 열심히 다녀 세례까지 받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한다. B씨는 “전처는 원래 성격이 활발하고 털털했다”면서 “(5~6년 전) 나와 헤어지고 신내림을 받은 뒤 사람이 변했다”고 했다. 
 
B씨는 A양과 함께 지난달 9일 계부 김씨를 경찰에 신고한 자초지종도 밝혔다. 그날 오후 유씨는 A양이 다니는 목포 모 중학교를 찾았다. 김씨가 승용차를 운전하고, 광주 집에 함께 사는 고등학생 딸도 동행했다. 이 딸은 아버지는 다르지만 A양과 친자매처럼 잘 지냈다고 한다. 유씨는 담임 교사에게 “면담하러 왔다”며 A양을 만났다. 당시 김씨는 차 안에 있었다고 한다. 
 
B씨는 “당시 나와 통화하던 큰딸이 전화를 바꿔주자 유씨는 ‘남편(김씨)이 딸(A양)에게 휴대전화로 음란 사진과 음란 사이트를 보내고 성추행한 것 같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말하며 옆에 있던 딸을 야단쳤다”고 기억했다. 그는 “딸을 보호해야 할 엄마가 새아빠(김씨) 편을 들어 의아했다”고 전했다.
 
B씨는 성추행 사실을 듣고 계부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된 김씨는 경찰에서 “의붓딸이 나를 강간미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해 복수하려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유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B씨는 ‘딸을 학대한 친부’라는 비난이 있다고 하자 “2016년 5월 8일 어버이날 플라스틱 빗자루로 딸의 엉덩이와 종아리를 세 차례 때린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전후 맥락은 언론 보도와 다르다. 억울하지만 딸이 죽은 마당에 항의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에 헤어진 친모 유씨가 2년 만에 딸(A양)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나타나 나 모르게 딸을 수차례 만났고, 딸도 이 사실을 숨겼다. 속상한 나머지 ‘왜 허락 없이 엄마를 만났느냐’며 매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딸에게 곧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이튿날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돼 찾아온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B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양육권을 빼앗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붓딸을 살해한 계부를 향해 “자기도 아들이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탄식했다.   
 
목포=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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