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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25% 인상” 트럼프 한마디에 상하이 증시 5.6% 급락

중앙일보 2019.05.07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6일 중국 베이징의 증권사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주식 전광판을 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언급으로 상하이 증시는 5.58% 급락했다. [AP=연합뉴스]

6일 중국 베이징의 증권사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주식 전광판을 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언급으로 상하이 증시는 5.58% 급락했다. [AP=연합뉴스]

조만간 타결될 듯하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다시 삐걱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내 판을 흔들자 중국은 ‘협상 연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트럼프 “무역협상 중국 탓 늦어져”
양보 더 얻어내려는 전략 분석
중국 “상호 존중을” 맞대응 자제
류허 방미 연기설, 협상 막판 암초

최종 협의를 앞두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협상 전술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한 단계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금융시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6일 오후 5시 현재 상하이와 선전 증시는 각각 5.58%, 5.94%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95%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2%가량 내렸다.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두 개다. 트럼프는 “중국은 20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10%의 관세를 내고 있지만 금요일(10일)부터는 관세가 25%로 올라갈 것”이라고 썼다. 관세를 물고 있지 않은 중국산 제품 3250억 달러어치에도 “곧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너무 느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이후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3월 1일까지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날부터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2월 말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며 관세 인상을 유예했다.
 
트럼프. [AP=연합뉴스]

트럼프. [AP=연합뉴스]

트럼프의 기습 공격에도 중국 정부는 맞대응을 자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는데 이런 유사한 상황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상호 존중의 기초 아래 호혜 공영의 합의를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일 워싱턴에서 마지막 협상을 벌일 예정이던 류허 중국 부총리의 방미 취소가 검토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중국 대표단은 미국에 가서 무역협상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부총리의 방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관세 인상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막바지에 중국을 압박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라는 견해가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관세를 계속해 얻어맞게 될 것이라고 대통령이 경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국민을 의식한 국내용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바운 선임연구원은 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강도 압박을 가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류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WSJ는 “류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내 개혁론자들이 공산당 내 보수 세력을 상대로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할 때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도움된다”고 전했다.
 
당초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최종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협박에 중국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미·중 무역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대치 국면이 길어져 갈등이 고조되면 관세전쟁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백악관에 중국 문제를 자문하는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백악관 내 기류를 고려하면 10일 관세를 올리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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