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착한뉴스]재일교포 돈 3000만원 찾아준 40대 환경미화원과 경찰…“할 일 했을 뿐”

중앙일보 2019.05.06 05:00
재일교포 가방 속에 든 현금뭉치. [사진 부산경찰청]

재일교포 가방 속에 든 현금뭉치. [사진 부산경찰청]

연휴를 앞두고 탑승객이 몰린 2일 오후 10시 40분쯤 김해공항 국제선 보안구역. 환경미화원 김모(49·여)씨는 한 의자 밑에서 갈색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김씨는 주인을 찾아보려고 주변을 수소문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퇴근 시간이 임박하던 김씨는 청소 일을 마무리하고 오후 11시 퇴근하면서 출국장 공항직원에게 가방을 맡겼다. 이 가방은 3일 새벽 공항 유실물 센터를 거쳐 공항경찰대에 넘겨졌다. 
 
신고를 받은 공항경찰대는 주인을 찾기 위해 가방 안을 확인했다. 가방 위쪽에는 한국 과자들이 있고, 그 밑에 3개의 돈뭉치가 나왔다. 세어보니 일본 돈 291만엔이 있었다. 우리 돈 3000만원 정도다. 
 
거액이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공항경찰대는 가방 속 은행·세관 서류를 근거로 주인 찾기에 나섰다. 거래은행과 세관을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가방분실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가방분실자인 재일교포 A씨(72·여·일본 오사카 거주)는 2일 오전 이미 출국한 뒤였다. 경찰은 거래은행을 통해 일본의 가방 주인에게 연락했고, 3일 오전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김해공항의 모습.[사진 부산시]

김해공항의 모습.[사진 부산시]

확인 결과 A씨는 연휴를 맞아 손자·손녀, 사위·딸, 남편과 함께 지난달 29일 한국에 입국해 부산여행을 했다. 이어 2일 귀국하면서 한국의 은행에 예치했던 예금 중 일부를 찾아 공항에서 대기하다 실수로 가방을 놓고 일본 행 비행기를 탔다는 것이다. 이 돈은 A씨 부부의 노후 자금 중 일부였다. 과자는 한국 과자를 좋아하는 손자·손녀들의 것이었다.
  
일본에 도착한 뒤 가방 분실 사실을 알았으나 되찾을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A씨는 은행과 경찰의 연락을 받고 5일 오전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한걸음에 달려와 가방을 되찾았다. A씨는 부산에 하루 더 머문 뒤 6일 일본으로 귀국한다. 경찰은 세관에 연락해 이미 한차례 신고됐던 3000만원을 다시 외화신고를 할 수 있게 A씨를 도왔다. 
 
A씨는 “3대가 행복해야 할 부산 가족여행이 아픈 상처로 남을 뻔했다. 미화원과 경찰 등의 도움으로 돈을 되찾아 너무 기쁘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주인이 돈 가방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환경미화원 김씨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방에 돈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 유실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배운 대로 했을 뿐이다”며 신분 공개를 꺼렸다. 그는 이어 “거창하게 얘기할 일이 아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겸손해했다. 김씨는 올해 1월 초 청소용역업체에 입사해 일하고 있다. 
 
경찰은 한국인과 경찰의 명예를 위해 A씨에게 사례금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공항경찰대 김동욱 경감은 “주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환경미화원과 공항·은행·세관 직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