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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일용직 김태규 추락사···현장 두명의 증언이 갈렸다

중앙일보 2019.05.06 05:00
지난달 10일 20대 청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경기도 수원의 한 공장 신축현장 모습. 지난 2일 현장을 찾았을 때 작업중지 명령으로 공사가 멈춘 상태였다. 김민욱 기자

지난달 10일 20대 청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경기도 수원의 한 공장 신축현장 모습. 지난 2일 현장을 찾았을 때 작업중지 명령으로 공사가 멈춘 상태였다. 김민욱 기자

 
‘근로자의 날’이었던 지난 1일 시민단체 ‘일하는2030’은 고(故) 김태규(25)씨 추락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건설 근로자였던 김씨는 지난달 경기도 수원의 한 공장 신축 현장 5층에서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사건추적] 일용직 건설 근로자의 죽음

 
이후 현장소장 등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사건은 최근 검찰로 넘어가면서 일단락된 듯했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유족에게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수원 3산업단지 안서 발생  
지난달 10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3산업단지 내 공장(지상 1·5층 2개 동, 연면적 2만7670여㎡ 규모) 신축현장 고층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김씨가 밑으로 떨어졌다. 그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사고현장에는 즉시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경찰수사 과정서 시공사인 E종합건설측의 ‘안전불감’이 드러났다. 당시 김씨는 5층의 폐자재 등을 엘리베이터 안에 옮기던 작업 도중 반대쪽의 열려 있던 문 밖으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닫혀 있어야 할 문은 성인 키 높이 이상으로 열려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김씨가 밑으로 빠진 엘리베이터와 건물 벽면 사이의 틈은 44.5㎝쯤 된다.
지난달 10일 고(故) 김태규씨가 작업했던 화물 엘리베이터. [사진 유족]

지난달 10일 고(故) 김태규씨가 작업했던 화물 엘리베이터. [사진 유족]

 
정원 초과에 문 연 채 작업하다 사고
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조작자 1명만 탑승이 가능한 화물 엘리베이터(적재용량 300㎏ 이상)에 김씨 외 또 한명의 작업자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고층에서 일하는 작업자인데도 현장에서 안전화, 안전벨트 등 기본적인 장비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발견 당시 김씨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안전모는 현장에 남은 것을 썼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열린 문인 만큼 현장소장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현재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공장 신축현장. 김민욱 기자

현재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공장 신축현장. 김민욱 기자

 
유족, "목격자 증언 엇갈리고 현장훼손돼" 
경찰수사 결과에도 김씨 유족 등은 여전히 의문점을 갖고 있다. 추락한 경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고 전 5층의 작업 동선을 말하는 것인데, 현장목격자 두 명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김씨와 사고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고 있었다는 A씨는 “자재를 올리는 작업이 다 끝난 뒤 김씨가 구석에 서 있었다. 잠깐 사이에 떨어졌다”고 진술했지만, 엘리베이터 밖에서 김씨를 봤었다는 B씨는 “마지막으로 본 위치는 (엘리베이터) 가운데였다”고 주장했다.
 
숨진 김씨의 누나(29)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조심성이 많은 태규가 떨어질지도 모를 구석에 서 있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작업중지 명령 이후 현장에 대한 고용부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건설사 측은 5층 엘리베이터를 1층으로 내려 현장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청년민중당원들과 고 김태규씨 유가족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독 국회 정론관에서 청년 용역 노동자 김태규 추락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청년민중당원들과 고 김태규씨 유가족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독 국회 정론관에서 청년 용역 노동자 김태규 추락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족 측은 김씨가 돌이나 벽돌 등을 쌓는 조적 작업자로 계약을 맺었는데도 막상 현장에서는 폐기물 처리 관련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현장에서 떠밀려 생소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씨 누나는 “특성화고 졸업 학력으로는 취업이 잘 안 되자 ‘가족들에게 빚지기 싫다’며 건설 근로자 일을 시작한 착한 동생이었다”며 “차디찬 바닥에 쓰러진 동생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시공사측, "현장훼손 결코 아니다" 
이에 대해 E종합건설측 관계자는 “경찰에서 ‘감식이 끝났다’고 해 엘리베이터를 1층으로 옮긴 것이다. 현장 훼손이 결코 아니다”며 “5층 작업 동선은 직원을 통해 파악한 상태지만 (직접 목격한게 아니다 보니) 외부에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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