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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미사일 도발, 그들의 진정성과 신뢰만 위협한다

중앙일보 2019.05.06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또 시작했다. 북한군은 그제 원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다량의 대구경 방사포(다연장포)와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동해 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에 따르면 문제의 미사일은 평창 겨울올림픽 직전인 지난해 2월 평양 열병식에 등장했으며, 러시아제 최신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흡사하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등 사격훈련을 마친 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했다. 평화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원산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벼랑끝 전술은 강경 대응만 초래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비핵화 협상이 잘 안 풀리면 대화를 외면한 채 군사적 충돌 위기로 몰아가곤 했다. 이번에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원하던 제재 완화 등이 뜻대로 되지 않자 군사도발로 나왔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도발로는 대북제재가 더 강화되지는 않으리라는 계산 아래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사거리가 짧든 길든 유엔 결의안 위반이다.
 
이번 북한 도발로 한·미 연합훈련까지 자제하며 비핵화에 공을 들인 문재인 대통령의 처지가 난감해졌다.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이번 행위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일단 절제된 반응을 유지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수위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한 발짝만 더 무모하게 나간다면 비핵화 협상 분위기가 훼손되고, 2017년 말처럼 대북 군사제재 기조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핵무기는 유지하면서 도발과 협박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북한의 꼼수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희망적 사고에 기댄 안이한 태도를 되짚어봐야 한다. 그제 북한이 도발했을 때 합참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40분이 지난 뒤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했다. 북한의 도발 위험을 일부러 축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청와대도 3번의 남북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를 정면 위반한 북한 도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고 관계부처 장관회의로 대신했다. 엄중한 사태인데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급급한 청와대의 소극적 태도는 국민 불신을 사게 마련이다.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500㎞로 한반도 전체가 사정권에 든다. 패트리엇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막기 어렵다고 한다.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이나 화학무기라도 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따라서 국방부는 심각한 신종 안보위협인 만큼 그 정보를 공개하고, 만일의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명확하게 내놔야 한다. 김 위원장은 우선 도발부터 멈춰야 한다. 또한 국제사회에 천명했던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김 위원장의 진정성과 신뢰를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을 불러올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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