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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북 발사체” 한국당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못 부르나”

중앙일보 2019.05.06 00:03 종합 3면 지면보기
지난 4일 강원도 원산에서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되고 있다. 합참은 이 무기를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여 분 뒤에 단거리 발사체로 바꿨다. [뉴시스]

지난 4일 강원도 원산에서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되고 있다. 합참은 이 무기를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여 분 뒤에 단거리 발사체로 바꿨다. [뉴시스]

북한이 지난 4일 시험발사했던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놓고 군과 정보 당국의 분석이 오락가락했다. 군 당국의 첫 발표는 지난 4일 오전 9시24분에 나왔다. 북한이 이날 9시6분쯤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합참은 40분가량 후인 오전 10시5분쯤 북한이 쏜 기종을 단거리 발사체라고 정정했고 약 70~240㎞ 비행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군 당국자는 “발사체라는 표현은 북한에서 장사정포로 불리는 방사포(다연장로켓)는 물론 미사일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이므로 신중한 접근을 위해 정정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신속한 발표를 했지만 미사일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발표 내용을 바꿨다”고도 알렸다.
 
이날 오후 4시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긴급 보고를 통해 “이번 발사체는 발사 고도가 낮고 거리가 짧아 미사일일 가능성은 작다”며 “여러 발 쏜 것으로 파악됐고 일부는 중간에 (동해상에) 떨어진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보고로 보면 북한이 쏜 건 미사일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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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일 오전 6시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통신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등이 동원된 화력 타격훈련을 참관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300㎜·240㎜ 방사포와 함께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지칭한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솟아오르는 장면이 담겼다. 이 사진을 접한 군사 전문가들은 일제히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로 추정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사진으로 보면 이 발사체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M과 똑같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처음으로 쏘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반면 5일 오후까지 탄도미사일 여부에 대한 공식 판단을 유보했다. 국방부는 5일 오후 1시15분 “현재까지 분석한 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미 정보 당국은 어제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 세부 탄종과 제원을 공동으로 정밀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보 당국 간 조율 절차 등으로 인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이유를 놓고 해당 신형 무기가 탄도미사일일 경우 미칠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가 이스칸데르의 개량형이 맞는다면 한반도에 치명적인 안보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전직 군 당국자는 “사전에 위성 자산으로 이동식발사대 이동 등을 분석해 미사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라며 “(미사일이라는) 합참의 첫 발표도 이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이유인지 ‘톤 다운’이 됐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야당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정부가 북한 도발 위협을 축소한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도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발사체로 부르는 기막힌 현실”이라며 “합참은 왜 미사일을 발사체로 변경했는지 그 과정과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와대 압력이 아니면 국방부 입장이 바뀔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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