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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국투어, 대세론 굳히기인가 원외 한계인가

중앙일보 2019.05.06 00:03 종합 6면 지면보기
여의도 Who & Why 
지난주 1박2일간의 ‘경부선·호남선 투쟁’을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 주 부산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규탄’ 전국순회를 재개한다. 황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주 1박2일간의 ‘경부선·호남선 투쟁’을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 주 부산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규탄’ 전국순회를 재개한다. 황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 이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잰걸음으로 전국행에 나서고 있다.
 

내일부터 부산~서울 400㎞ 대장정
황교안 “국민의 소리 들을 것”
일각선 “원내 입지 없어 장외 선택”

여권 “광주 봉변 예측하고도 방문”
황 대표 측근 “허무맹랑한 음모론”

지난달 29일 심야에 패스트트랙이 통과되자 한국당은 이에 저항하는 방식을 두고 ‘광화문 천막당사’ ‘삭발투쟁’ 등 여러 의견이 분출됐지만, 최종 결론은 ‘지도부의 전국 투어 투쟁’이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문 정서’를 고취하자는 취지였다. 황 대표는 서둘러 2일 청와대 현장 최고위원회를 마치고 곧바로 KTX에 몸을 싣고는 서울~대전~대구~부산을 찍는 ‘1일 4도시 집회’의 강행군을 펼쳤다. 이튿날은 장소를 옮겨 광주~전주~서울로 역순하는 ‘호남선 집회’를 이어갔다.
 
4일엔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가졌다. 한발 더 나아가 황 대표는 7일부터 국토대장정에 나선다. 최소 30일을 예정으로 부산→서울의 400㎞ 국토 종단이다. 대부분 걷되, 간간이 대중교통과 자전거도 이용한다. 반응이 좋으면 한 달가량 연장한다는 계획도 잡고 있다. 황 대표는 5일 “민생 파탄, 안보 위기 등 현 정부의 총체적 실정을 국민에게 진솔하게 전하고, 또 국민의 소리를 듣기 위한 민생투쟁 대장정”이라고 말했다.
 
야당 대표가 중앙 정치무대를 버려둔 채 장기간에 걸쳐 전국 순회 대정부 투쟁에 나선 건 드물다. “황 대표가 벌써 대선 행보에 돌입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 대표의 정치적 복안은 과연 무엇일까.
 
◆광주 봉변 자초했나=특히 3일 황 대표의 광주행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황 대표는 이날 광주송정역에서 현 정부 규탄 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오히려 광주 지역 시민단체의 물세례 등 강한 반발로 인해 허겁지겁 광주를 빠져나와야 했다.
 
범여권에선 “황 대표가 광주 봉변을 뻔히 예측했으면서 일부러 찾아간 거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황 대표가 ‘보수 결집’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계열 당 대표가 대선·총선 등 선거가 아닌 시기에 광주에 간 것도 극히 이례적이었다. 2012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여러 차례 광주에 내려갔으나 당시는 대선 국면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이번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당 계열 대표로는 2015년 김무성 전 대표 참석 이후 4년 만이다.
 
봉변 자초론에 대해 황 대표 측근은 “허무맹랑한 음모론이다. 피켓시위 등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했으나 이토록 극렬한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상처가 쉽게 아물 수 있겠는가. 그래도 계속 (광주를) 찾아뵐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황 대표가 선거철도 아닌데 광주에 간 것은 그가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왜 지방을 돌아다니나=황 대표의 잇따른 지방행을 두고는 “원외 인사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 대표는 당 대표지만 정치 신인인 데다 원내 인사가 아니다. 국회 협상 등에선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약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장외로 공간을 넓힌다는 것이다. 이미 황 대표는 4·3 재보궐 때도 창원 성산에 숙소를 마련한 채 한 달 남짓 현지에 머물렀다. 오히려 광화문 천막 농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이도 황 대표였다는 후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황 대표는 5일 “장외 투쟁을 하다 언제 복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원외 인사다. 복귀할 게 없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론 “문재인 대 황교안의 양강 구도를 구축하려는 의도”(김형준 명지대 교수)라는 진단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박근혜 제1야당 대표의 천막당사,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제1야당 대표의 세월호 단식처럼 황 대표는 현 정부에 대항하는 방법론으로 ‘국토대장정 투쟁’을 택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다른 야당의 대응이 미온적일수록 투쟁하는 유일야당이라는 선명성과 함께 ‘황교안 독점’ 현상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경 일변도, 피로감 생기나=황 대표의 발언 수위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국민 분노가 청와대 담장 무너뜨릴 것”(2일 최고위), “촛불 독재가 우리 경제를 태웠다”(3일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는 거짓말 정부”(4일 광화문 집회) 등이다. 특히 4일 광화문 집회에선 “죽을 각오”라는 말을 여섯 번이나 언급했다. 황 대표가 강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독교적 소명의식이 투영된 결과”라는 설명도 나온다.
 
일단 황 대표의 강경노선은 차기 지도자를 갈망하는 보수진영 내에선 소구력이 높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치 신인이라는 프리미엄에서 이제는 ‘유일한 야당 지도자’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선을 3년이나 앞둔 시점에 보수층에서 형성된 ‘황교안 대세론’이 자칫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이회창 전 총재가 김대중 정부와만 맞서 싸우다 갑자기 출현한 노무현이라는 ‘복병’에 흔들린 것처럼, 황 대표도 직선적인 투쟁으로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고 전했다.
 
최민우·한영익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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