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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 계부·친모 철저히 조사하라…의붓딸 살해 '친모 공범' 쟁점

중앙일보 2019.05.05 13:35
광주 동부경찰서는 중학생인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30대 계부의 폭력 성향을 조사한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친모(왼쪽)와 전날 현장검증에 응하는 계부의 모습. [연합뉴스]

광주 동부경찰서는 중학생인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30대 계부의 폭력 성향을 조사한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친모(왼쪽)와 전날 현장검증에 응하는 계부의 모습. [연합뉴스]

재혼한 남편과 공모해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여성단체들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5일 “성폭력·아동학대·가정폭력 수사의 최우선 가치인 피해자 보호를 지키지 못한 경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61개 회원단체와 500만 회원 이름으로 된 성명을 통해 “경찰은 아동학대수사와 성폭력수사에 관한 매뉴얼에 따랐다고 하지만 피해자는 경찰과 보호자 그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 못했고 결국 살해당했다”며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4월 9일 성추행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A양(13)의 신고 후에도 가해자는 도피로 추정되는 여행을 떠났다가 4월 27일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후였음에도 가해자 신병확보와 위치파악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성폭력·아동학대·가정폭력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딸을 살해한 의붓아버지와 학대한 친부모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친모를 상대로 보강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5일 “계부 김모(31)씨와 친모 유모(39·여)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전남 무안군 한 농로 자신의 차량에서 의붓딸인 A양을 살해한 후 다음날 광주의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당초 남편의 단독범행을 주장하다 지난 1일 공모사실을 털어놨다. “딸이 살해될 때 차에 타고 있지 않았다”던 진술도 바꿨다. 
 
30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재혼한 남편과 함께 중학생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모(39)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재혼한 남편과 함께 중학생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모(39)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유씨는 “나도 남편에게 해코지를 당할 것 같았다”고 했다. 숨진 딸에 대해서는 “말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진술도 했다. 경찰은 유씨가 현장조사와 폐쇄회로TV(CCTV) 분석 등을 통해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튿날 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정상참작을 노리고 생각을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유씨는 가담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이 무서워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가담했다는 주장이다. 유씨는 애초 “딸에게 공중전화를 건 것은 맞지만, 범행 당시 차에 타지 않았다”고 부인해왔다. 경찰은 유씨가 범행 직전에 남편과 차량 좌석을 바꾼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딸이 살해될 당시 이를 방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재혼한 남편과 함께 딸을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가 2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혼한 남편과 함께 딸을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가 2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유씨는 “딸을 죽이겠다”며 앞자리로 갈 것을 요구한 남편의 말을 따랐다. 경찰은 유씨가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를 이용해 A양을 불러낸 점과 시신을 유기한 저수지를 3차례나 방문했다는 점 등에서 계획범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A양 측이 성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전부터 친부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아울러 유씨는 “내가 계부의 휴대폰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딸과 야동을 주고받고 하는 이상한 것이 있다”며 “딸 교육 잘 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A양의 시신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57분쯤 광주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 9일과 12일 경찰에서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진술했지만, 본격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김씨의 주거지와 사건 발생지가 광주라는 이유로 광주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경찰청 역시 지난 24일에야 친부에게 첫 연락을 시도했다. A양은 성추행 내용을 신고한 지 18일 뒤 숨졌다.  
 
광주광역시=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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