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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평검사 항명 데자뷔···"문무일 반기, 믿는 구석 있다"

중앙일보 2019.05.05 06:00
문무일, 패스트트랙 반기에 정치권 술렁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 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했던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난 1일 입장문이 기폭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3당과 연합해 천신만고 끝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놨는데 검찰 총수가 이틀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반복되는 정권과 검찰의 충돌

 
문 총장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을 위해 법안 내용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4일 인천공항에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가의 수사권능 작용에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회성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ㆍ여당에서도 검찰에 대해 경고성 발언이 나오며 양측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현장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도 정부 조직 중 하나인데 국회에서 각 정당이 합의한 것을 민주주의 위배라며 비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법에 따르는 절차 자체를 검찰이 부정하는 것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이날 수원고검 개청식 행사에 참석해 “조직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수사권 조정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vs 검찰 충돌 과거에도 반복
채동욱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채동욱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검찰은 과거에도 권력 핵심부와 여러 차례 충돌해왔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3년 박근혜 정권 초기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앞세워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국정원 댓글 조작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그해 6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면서 의혹은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두달 뒤 9월 한 언론에서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채 전 총장이 역으로 곤경에 몰렸다. 정부가 진상규명 압박에 나서자 채 전 총장은 결국 사표를 냈다. 이를 두고 정권 차원에서 ‘찍어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2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검란(檢亂)’ 사태가 있었다. 당시 검사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한 전 총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검찰 개혁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하지만 이에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이 반발하는 등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은 끝에 한 전 총장이 퇴진하며 마무리됐다.

 
2005년 집단항명 ‘데자뷔’ 결말도 같을까 
2005년 수사권 조정자문위원회의 마지막 회의에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수사권 조정자문위원회의 마지막 회의에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에 반발한 평검사들의 항명 사태는 현 갈등 양상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 등 주제도 비슷하다.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법안”이란 평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청와대 vs 검찰’의 갈등구도가 생긴 것도 유사점이다. 2005년 형사소송법 개정은 결국 검찰의 집단 반발에 밀려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등장인물도 유사하다. 현재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이들이 2005년 사개추위 유경험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는 검찰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당시 수사권조정자문위 위원으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사개추위 위원으로 각각 논의에 참여했다. 이 때의 경험 탓인지 조 수석은 저서 『진보집권 플랜』에서 검찰을 “군사독재 시대 ‘하나회’가 커진 형태”에 비유했다.

 
다만 이번에도 검찰이 만족할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서로 대규모로 고발전을 펼쳤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패가 잔뜩 있는 상황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정부ㆍ여당이 역설적으로 검찰에 너무 많은 레버리지를 넘겨줬다”며 “지금은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이 강한 시점이라 여권이 무작정 검찰을 찍어누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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