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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김씨, 혼자서 10명까지 간병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2019.05.04 00:38 634호 1면 지면보기
경기도 화성시 한 요양병원의 6인실 병동을 간병하는 사람은 김모씨(71·여) 한 명뿐이다. 그는 창춘에서 온 중국동포, 일명 조선족이다. 새벽 5시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간밤에 잘 잤느냐고 묻자 김씨는 “치매에 걸린 환자가 밤에 열 번도 넘게 화장실을 갔다”고 말했다.
 

간병인 20만 중 12만이 중국동포
인력 모자라 공항서 병원 직행도
진입장벽 낮지만 일 고돼 이직 많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필요

밤새 6명 환자가 배설한 기저귀를 갈아 준 뒤, 콧줄로 유동식을 넣었다. 이어 쓰레기통을 비우고 병실을 청소하는데 갑자기 환자 중 한 명에게서 ‘그릉그릉’ 하는 숨소리가 났다. 김씨는 석션용 호스를 환자의 목에 절개 삽입된 기관루에 넣고 가래를 빨아들였다. 호스에 노란 가래가 차오를 때마다 환자가 몸을 비틀자 침대가 흔들렸다. 이 와중에도 앉혀 두었던 한 노인이 자꾸만 침대에서 미끄러졌다. 6명이나 되는 환자를 돌보다보면 시선을 잠시 뗀 사이에 한 환자에게 다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김씨는 “어떤 요양병원에선 간병인 한 명이 환자 10명을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대법학전문대학원 연구팀이 지난해 8월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은 대부분 병실당 한 명의 간병인을 두고 간병비를 분담하고 있으며, 간병인 한 명이 평균 8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중국동포 간병인 한 명이 노인 8명을 맡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의 76%(2017년 기준)가 병원에서 숨지는데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사람은 가족 외에도 노인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다. 노인요양보호사는 내국인, 간병인은 중국동포로 양분되면서 중국동포가 한국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림자 같은 존재다. 몇 명인지 통계도 없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1560개(올 4월 기준)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중국동포 간병인의 비율은 34.7%로 집계됐다. 요양병원의 간병인 세 명 중 한 명이 중국동포인 것이다.
 
요양원과 대형 병원에 있는 중국동포 간병인까지 합하면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의 80%가 중국동포로 추정된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관계자는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간병인수는 18만~20만 명이며 이중 중국동포 노동자들이 적어도 70~8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70%만 잡아도 12만 명이 넘는다.
 
중국동포를 주로 채용하는 한 간병인협회의 실장은 “전체 등록인 380명 중 48명만 한국인이며, 서울시 보라매 병원에 파견한 64명 중 53명이 중국동포”라고 밝혔다. 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간병인 중 83%가 중국동포인 셈이다. 간병인은 별도의 자격조건이 없다. 요양병원이나 병원은 대부분 협회 또는 유료 소개업체를 통해 간병인을 간접 고용한다. 협회에 협회비(6만~10만원)만 내면 쉽게 일할 수 있다. 최근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간병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 글에서 “간병인들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조차도 받지 않은 채 일하며, 심지어 간병인협회가 공항에서 곧바로 데려와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주장했다.
 
간병인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 중국동포들이 이 분야로 밀려들고 있으나 취업이 쉬운 만큼 일자리를 잃기도 쉽다. 심천에서 온 한 중국동포 간병인(57)도 “환자가 하루 종일 잠을 못 자게 해 잠깐 졸았더니 바로 해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류시원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일부에서 시범 운영 중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해 간병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jeong.m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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