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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문화재 관람료, 52년 해묵은 논란…열쇠 쥔 정부는 뒷짐

중앙선데이 2019.05.04 00:34 634호 1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사찰 관람료, 시민단체 vs 조계종 
주말인 지난달 27일 설악산 소공원 입구. 신흥사와 800m 떨어진 문화재 관람료 매표소에는 관람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일부 등산객들은 “아니, 우리는 절도 안 들르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관람료 4000원의 속리산 법주사와 벚꽃으로 이름난 지리산 쌍계사 등 매표소가 있는 전국 24곳에서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산속에 전통 문화유산 많은 한국
미국·일본 국립공원과는 상황 달라
더 늦기 전 공론화로 대안 찾을 때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국립공원 제도가 생긴 지 52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찰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962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67년 지리산이 국내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안에는 사찰 소유지도 포함됐다. 70년 국립공원에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매표소에서 관람료도 받는 합동징수가 실시됐다. 2007년에 국립공원 입장료가 사라지면서 관람료 문제가 불거졌다. 사찰이 산 입구에 자리 잡은 기존 합동징수 매표소에서 관람료를 받다 보니 문화재를 볼 의사가 없는 등산객들이 “왜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신흥사 관련자들이 문화재 관람료 티켓을 검사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신흥사 관련자들이 문화재 관람료 티켓을 검사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지리산 천은사 매표소. 지난 4월 29일 입장료를 폐지했다. 천은사는 1987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오다 2011년부터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징수했다. 중앙포토

지리산 천은사 매표소. 지난 4월 29일 입장료를 폐지했다. 천은사는 1987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오다 2011년부터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징수했다. 중앙포토

정부는 당시 관람료도 없앨 계획이었지만 ‘산문을 폐쇄하겠다’는 불교계의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 사찰 측에서는 국립공원 규정상 매표소를 절 입구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며, 관람료를 받지 않으면 문화재를 보존·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관람료는 문화재뿐 아니라 사찰 소유지가 포함된 자연과 전통문화를 즐기는 비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찰과 자연은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탐방로 개선·신설과 환경 보존은 결국 국민의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국립공원 내 사유지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이런 공공성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엄사 주지인 덕문 스님은 “관람료의 30%는 문화재 관련 예치금으로, 50% 이상은 문화재를 보존할 인건비·전기료·위생비 등에 쓴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사찰의 관람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산 입구의 기존 매표소를 활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주장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관람료 매표소를 산 입구에서 절 입구로 옮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찰은 전통 문화유산이면서 종교 시설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국립공원 14곳에서 입장료를 받지만, 별도의 관람료는 없다. 국립공원 안에 문화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관람료를 받는 사찰들이 대부분 도심에 있어 국립공원을 찾는 등산객들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적다. 조우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는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우리나라의 소모적인 갈등 중 하나”라며 “정부는 문화·자연 유산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공론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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