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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가 먼저…돈보다 ‘평생 어부바’ 가치 지킬 것

중앙선데이 2019.05.04 00:21 634호 15면 지면보기
[홍병기의 CEO 탐구] 김윤식 신협회장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신협의 신인도를 태산과도 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따뜻한 금융을 이루는 든든한 중앙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신협의 신인도를 태산과도 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따뜻한 금융을 이루는 든든한 중앙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김윤식 신협중앙회장(63)은 지난해 3월 임기 4년의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내년에 설립 60년을 맞는 신협은 농협·새마을금고 등과 함께 비과세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의 하나로 자리 잡으며, 조합원 611만명의 세계 4위(자산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총자산 90조, 조합원 611만 명
세계 4위 규모 협동조합으로 커

60년대 고금리 몰아낸 1등 공신
이젠 서로의 등 내주는 신뢰 쌓여

국전 심사위원 지낸 서예가 출신
직원들에게 ‘취·변’ 한자 써 선물

총자산만 해도 90조원을 넘어서 국내 저축은행을 모두 합친 규모(70조원)보다도 커진 신협 조직을 이끄는 김 회장은 “앞으로 금융기업을 넘어선 사회공헌 조직으로 신협을 성장시켜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업 CEO에서 금융인으로 변신한 김 회장을 만나 그의 인생관과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회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소감부터 들어보자.
“지난해 3월 중책을 맡은 이래 그동안 일반 대중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신협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대국민 홍보와 각종 규제 철폐를 위해 주력하느라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다자녀·청년결혼 지원 대출에 효 상품도
 
무엇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신협은 1849년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구제하고자 독일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 109개 국가에 퍼져 있는 협동조합 조직이다. 전 세계 회원조합의 총자산만 2132조원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신협은 금융기관이라기보다는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의 성격이 강하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이 강한 시중 은행과 달리 신협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협동 정신을 추구하는 게 큰 차이다. 금융사들은 고객을 돈으로 생각하지만, 신협은 고객을 가치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신협을 금융기관으로만 생각해서 그런지 정부가 시중은행과 똑같은 잣대로 규제를 적용하려 한다.”
 
김 회장은 “신협은 한국에 들어온 이후 서민을 위한 신용대출에 주력하면서 60년대의 가난 극복과 고금리 사채를 몰아낸 1등 공신이 었다”고 강조했다. 환란과 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며 26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일선 조합이 통폐합되는 등의 아픔을 겪었지만 올해 말쯤 정부의 경영개선 명령을 졸업한다는 목표 아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취임 이후 내건 슬로건은 ‘평생 어부바 신협’이다. 업는 사람에게는 내 등을 내어주는 행위이자 업히는 사람에게는 나를 남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행위인 어부바는 상호 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않고선 할 수 없다.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서로의 등을 내어주는 신뢰와 신용의 관계를 세우는 한편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고 평생 어부바 해주겠다는 신협의 본질과 철학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신협 정신을 담은 새로운 사업이라면.
“대표적인 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녀가구 주거안정대출’이다. 연 7000만원 이하의 소득자가 3자녀가 있다면 주택 마련 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연 2.4%의 저리, 30년 상환 조건으로 최고 3억원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내년까지 이를 1자녀까지로 낮추는 한편 내후년부터는 30세 이전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저리 대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출시한 신상품인 ‘효(孝) 어부바 예탁금’도 화제가 됐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시골의 부모님에게 신협이 정기적으로 전화와 방문 등으로 안부를 대신 확인해주며, 진료 안내·예약과 병간호 서비스까지 제공해주는 신종 대행 서비스 상품이다.
 
사업도 좋지만, 여기저기에 돈을 쉽게 빌려주니 부실 대출이 우려된다.
“일선 회원 조합의 과도한 재량권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회 상시감시팀이 주요 여신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며 감독한다. 여기에 50명의 외부인력으로 이뤄진 순회 검사역이 한 달에 한 번씩 각 조합을 방문해 각종 대출에 대해 감독한다. 이런 이중 삼중의 시스템으로 여신 부실률이 10년 전보다 10분의 1로 줄었다. 일선 지점의 부실에 대비해 본점에서 대손충당금을 모두 쌓아놓는 시중 은행과 달리 신협의 회원 조합은 모두 다 개별 법인이라서 설사 부실 사고가 나도 각 지방 조합 단위에서 끝나게 돼 다른 곳에 영향이 없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어떻게 신협과 인연을 맺게 됐나.
“1997년 환란 위기가 터지면서 경영 위기의 여파로 전국의 2000개 신협 조합 중 1000여 개가 도산했었다. 당시 잘 알고 지내던 후배가 대구지역에서 한 신협의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조합 살림이 어려워지니까 어느 날 내게 이사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 신협 이사직이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보니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다. 거듭된 부탁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수락하고 조합에 가봤더니 규모가 영세해서 직원들 월급 줄 돈도 못 벌고 있더라. 여신 활동만으론 조합 운영할 돈을 벌 수 없어서 내가 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각서를 써 줘가며 출자금을 늘렸다. 그렇게 시작한 신협과의 인연은 2005년에 조합 이사장에 이어 대구지역 조합 평의회장, 중앙회 이사 등으로 이어지게 됐고 그 인연으로 인해 회장직까지 도전하게 됐다.”
 
이력이 다채롭다. 본업은 무엇인가.
“집안 살림이 넉넉한 편이어서 어릴 때부터 별 어려움 없이 자랐다. 대학 때 재활의학을 전공해 물리치료사 자격증까지 얻었다. 그러나 군 제대 후 모친 병간호를 6년간 도맡다 보니 취업 시기를 놓쳤다. 그러다 취미로 시작했던 서예에 재미를 붙여 서예가로 10여 년간 활동했다. 39세 때 국전 초대작가가 되자 삶의 1차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 부친의 가업이었던 청과 도매상 사업에 뛰어들었다. 거친 시장 바닥의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도매시장을 만들어보겠다는 신념으로 뛰다 보니 업계에서 유일하게 강소기업으로 지정될 정도로 견실한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에 건축사업과 호텔 사업에도 진출해 사업 경험을 넓혀갔다.”
 
김 회장은 서예가로도 유명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서예 실력은 1997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국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명성이 나 있다.
 
 
청과상·호텔 CEO 등도 거친 이력 독특
 
서예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나.
“태권도 선수가 앞 찌르기만 잘해선 안 되듯이 진정한 서예가라면 전·예·해·행·초서 등 5체에 모두 능해야 한다. 추사가 죽기 3일 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인 ‘판전(板殿)’을 봐라. 어눌하게 보이는 글씨지만 5체가 모두 담겨있어 위대한 작품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나. 서예는 기다림의 예술이다. 한 획 한 획 써 내려 갈 때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잘못된 생각들을 떨쳐내고 온 정신을 붓끝에 집중해야 올바른 글자가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경영 철학의 기본이다.”
 
남다른 경영관이 있을 법하다.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은.
“회장 취임 직후 중앙회 전 직원들에게 ‘취(醉)’라고 쓴 붓글씨를 나눠줬다. 신화는 창조되는 것이며, 열정만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뜻에서 미친 듯이 일해보자는 뜻에서다. 올해에는 ‘변(變)’자를 써서 나눠 줬다. 이제는 몰입해서 변화해야 할 때란 뜻이다. 변화를 추구할 때 누구나 3일 동안 몰두해서 생각하면 해결의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몰입해서 변화하려고 노력하면 성공은 저절로 다가오게 된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조언이 있다면.
“‘희망을 갖고 치열하게 살아라’라는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거기에 치열한 생각이 이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너무 빨리 성공하려고만 하는 조급증이 있더라. 처음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자리를 달궈야 한다. 어느 정도 내공이 생긴 뒤에라야 수입과 성공이 저절로 들어오게 되는 법이다.”
 
[나의 좌우명] ‘등고자비’ 높이 오를수록 스스로 낮춰야
신협 김윤식

신협 김윤식

김윤식 회장의 좌우명은 ‘등고자비(登高自卑·사진) 지족상락(知足常樂)’이다. 높이 오를수록 스스로 낮추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면 항상 즐겁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이 말은 조직 내에서 겸손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로도 통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글씨는 크고 선이 시원하게 가로 세로로 뻗쳐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열정과 성취 욕구가 있고, 확장 지향적이며, 진취적인 성격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과시욕이 있고, 통이 크며, 기가 세고, 일 처리를 잘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ㅇ’자를 크게 쓰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형태로, 에너지가 크고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自)’와 같은 일부 글자가 명료하지 않거나, ‘협’자의 ‘ㅕ’와 ‘ㅂ’처럼 획이 서로 겹치는 것은 다소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홍병기 경제전문기자 klaatu@joongang.co.kr
 
※ 자세한 내용은 6일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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