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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청년 몫이 될 공유지의 비극

중앙선데이 2019.05.04 00:20 634호 30면 지면보기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내년 정부 예산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한다. 국민은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와 무관하다는 생각 때문일 텐데 매우 성급한 결론이다.  
 

3년 내리 국민 세금 펑펑 쓰는 문 정부
2030세대 빚더미에 오르는 미래 직면

이게 무슨 말인지는 2013년 소득세 연말정산 개편 당시를 떠올리면 안다. 종전 소득공제는 소득금액 자체를 과세 대상에서 빼주다 보니 소득이 높을수록 혜택이 늘어났다. 반면에 세액공제는 일정 한도에서 세금을 직접 줄여주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즉각 40~50세대의 반발을 불렀다. 정부는 바로 정책을 후퇴시켰다. 나아가 반발을 누그러뜨리려고 소득세 면세자를 확대했다. 소득세 한 푼 안 내는 급여 생활자가 800만명에 달하는 이유다.
 
올해 들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추진했을 때도 중산층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에도 표심에 민감한 여당은 즉각 진화에 나서 홍 부총리의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지 모르고, 100세 시대의 노후가 불안해진 국민은 내 주머니에서 돈 한 푼 나가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대중의 이런 감정을 잘 알고 있다. 앞에선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막으면서 뒤로는 국민이 내는 세금을 물 쓰듯 쓴다. 국민은 당장 내 주머닛돈 나가는 일만 없게 해주면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지만 잘 통한다.
 
500조원의 근원을 보자. 이 돈은 결국 국민이 모두 부담한다. 재원은 세금과 기금인데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세금을 낸다. 커피 한 잔에도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 지갑을 열 때마다 세금을 낸다는 얘기다. 또 기업은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렇게 국민이 낸 세금과 기금이 500조 원의 재원이 된다.
 
지금 상황이 심각한 것은 정부 관료와 정치인의 재정 중독증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500조원도 성이 차지 않아 이제는 추경까지 남발되고 있다. 더구나 추경 재원 중 3조6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외상을 쓰자는 얘기다. 이렇게 누적된 국가채무는 681조원에 달한다.
 
관료·정치인에게 예산 1조원은 ‘껌값’이 된 지 오래다.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24조원, ‘생활 SOC’ 사업 48조원, 2년간 일자리 예산 54조원….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복지예산은 162조원이다. 아동수당·기초연금부터 매달 5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 구직수당까지 현금 살포성 재정 사업은 손가락에 다 꼽지도 못한다.
 
실질 혜택이 작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즉각 반발하지만, 국민 누구도 이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내 주머닛돈이 나가는 게 아니라는 착각 때문이다. 사실은 500조원 모두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데도 말이다.  
 
그 결과가 ‘공유지의 비극’이다. 국민은 나와 무관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고, 정부 관료와 정치인 역시 내 돈이 아니니까 국민이 낸 세금을 물 쓰듯 펑펑 쓰는 비극적 현상이다. 문 정부에서 추경은 3년 내리 연례행사가 됐고, 지출 규모부터 정해놓고 쓸 곳을 찾는 ‘묻지마 돈 파티’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아전인수까지 동원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잃고 있으니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는 쪽에 재정을 투입하라”고 했지만, 정부는 일회성 일자리 사업 같은 단기 경기부양책에 국민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집권세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재정 사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17개 시·도에 약속한 410개 지역사업에 쓸 돈만 134조원에 달한다. 그 끝은 20~30세대가 40~50세대가 됐을 때 빚더미에 오르는 비극이다. 포퓰리즘이 이들의 미래를 삼키고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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