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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검찰 반발에 '조직 이기주의' 언급한 박상기 법무장관

중앙일보 2019.05.03 18:13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56회 법의날 기념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56회 법의날 기념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3일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겸손하고 진지하게 (수사권 조정을) 준비해야 한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는 해외 출장 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개 반발하고 일선 검사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3일 수원고검 개청식 및 수원검찰청사 준공식에 참석한 박 장관은 “검찰은 경찰에 대한 각종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 독점적으로 갖고 있어 큰 틀에서 사법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다”며 “개별적 문제점이나 우려 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회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수사권 조정 관련한 법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직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검찰을 지휘하는 박 장관이 경찰 쪽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도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보내는 입장문을 냈다. 법무부는 “향후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여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국민의 입장에서 겸손하고 진지하게 논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출신 장관을 중심으로 파견 검사들이 법무부의 요직을 장악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던 과거 법무부-검찰 관계를 생각하면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법학 교수 출신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수사권 조정안을 관철하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조정안에 반발하는 검사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검 연구관인 차호동 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검찰과 경찰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고민과 수사 실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고민이 부족했다”고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의 청와대를 향한 반발이 공식화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검란(檢亂·검사들의 항명사태)’ 가능성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열린 차담회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균 환경부 장관, 김외숙 법제처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열린 차담회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균 환경부 장관, 김외숙 법제처장. [연합뉴스]

법무부와 검찰 간 마찰은 지난 3월부터 불거져 나왔다. 당‧정‧청이 마련한 자치경찰제에 대해 대검찰청이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면서다. 검찰은 전달 자치경찰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 법무부에 결재를 요청했지만 해당 내용을 확인한 법무부가 “입장 자료를 재작성하라”는 취지로 대검에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11년 공저자로 참여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노무현 정부 때 수사권 조정에 실패했던 배경과 관련해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고 검경의 논의에 맡겨 버린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향방은 문 총장이 4일 귀국해야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7일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의 예상대로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사표를 낼 경우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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