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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부에 살해된 여중생 담임 "성격 밝고 친구 많았는데…"

중앙일보 2019.05.02 18:06
재혼한 남편 김모(31)씨와 공모해 중학생 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씨가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으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재혼한 남편 김모(31)씨와 공모해 중학생 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씨가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으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이는 성격이 밝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답니다."

 
2일 오전 전남 목포시 한 중학교. 이 학교 교장은 "담임 교사에게 들으니 숨진 여학생은 학교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결석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이 학교는 계부 김모(31)씨와 친모 유모(39)씨에게 살해돼 저수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A양(13)이 일주일 전까지 다니던 곳이다. 
 
A양의 시신이 발견된 이튿날(4월 29일)은 1학년 학생 전체가 이달 1일까지 2박 3일간 일정으로 '수련 활동'을 가는 날이었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경찰로부터 'A양이 살해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 소식에 교사들과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A양은 지난달 25~26일 중간고사까지 치렀지만, 중학교 입학 후 친구들과 처음 떠나는 체험 학습에는 끝내 동참하지 못했다.  
 
담임 교사는 "계부(김씨)가 위험하니 절대 만나지 말고, 나쁜 낌새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할 것"을 A양에게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지난달 9일 A양이 '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뒤 담임에게 이런 정황을 알린 직후다. 그런데 제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그는 큰 슬픔에 잠겼다고 교장은 전했다.    
 
김씨 부부가 타고 다닌 승용차 운전석 앞에 있는 가족사진. 숨진 A양(13)은 사진에 없었다. 김준희 기자

김씨 부부가 타고 다닌 승용차 운전석 앞에 있는 가족사진. 숨진 A양(13)은 사진에 없었다. 김준희 기자

이날 찾은 학교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였다. 교장은 "학생들이 이 사건을 입 밖에 안 꺼내려 한다"며 "다행히 (A양) 같은 반 친구들이 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차분한 편"이라고 했다.  
 
A양은 마지막 가는 길마저 외롭게 떠났다. 경찰과 학교 측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마친 A양 시신은 지난달 30일 목포에 사는 친부 가족에게 넘겨졌다. 친부 측은 조용히 딸의 장례를 치르고 지난 1일 화장 후 목포 한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했다. 장례식과 학교 수련 활동 기간이 겹쳐 교사와 친구 대부분이 빈소를 찾지 못했다. 

 
A양이 생전에 보던 책 등 소지품은 1학년 교무실 탁자 위에 쌓여 있었다. 친부가 '학교 측이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해 담임 교사가 반에 있는 A양 사물함에서 꺼내 가져다 둔 것이다. 당초 A양은 장례 절차가 생략된 채 화장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친부가 오후 늦게 기자에게 전화해 "숨진 딸의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었다"고 알려 왔다.

  
'A양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동부경찰서 측은 "계부와 친모 모두 범행을 시인했지만, 누가 먼저 살해 계획을 세웠는지는 두 사람 진술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 좀 더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된 김모(31)씨가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서 범행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된 김모(31)씨가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서 범행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대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A양 조부모는 "계부(김씨)가 A양이 말을 안 듣는다고 자주 때리고 한겨울에 집 밖으로 쫓아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계부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6시 30분쯤 전남 무안군 한 초등학교 근처 농로에서 의붓딸 A양을 승용차 뒷좌석에서 살해한 후 이튿날 시신을 광주 동구 한 저수지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지난 1일 구속됐다. 범행 당시 친모 유씨는 운전석에서 조수석에 13개월 된 아들과 함께 있었다. 지난달 30일 긴급체포된 뒤 "딸이 죽은 것도,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것도 몰랐다"던 유씨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1일 자정 무렵 범행을 자백했다. 
 
목포=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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