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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누가 견제하나"···문무일 감싸는 현직 판사들

중앙일보 2019.05.02 16:16
현직 부장판사가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대해 공개 비판했다. 먼저 반기를 든 문무일 검찰총장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한 용기에 감사한다”고도 말했다.
 
“새로 생길 공수처, 검ㆍ경ㆍ법 모두 무릎 꿇릴 것”
김태규(52ㆍ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 신설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른바 공수처란 기관이 생겨날 모양인데 이 기관은 누가 견제하고 통제하느냐”며 “독자적인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부여하고 여기에 그 수사의 주된 대상이 고위직 경찰공무원, 검사, 법관이면 이 세 조직은 그 신생조직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적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송봉근 기자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송봉근 기자

 
공수처도 결국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완충장치도 없어 정치적 입김이 그대로 이 수사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히려 그 구성에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나 국회가 상당 부분 관여할 수 있도록 정한 모양이라 정치적 열기의 전도율이 현저히 높다”고 썼다. 
 
그는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처단한다고 하면 대중은 환호할 수 있으나 이러한 명분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다분히 선동적일 수 있다”며 “현재 형사사법제도로는 도저히 힘에 부쳐 별도의 국가기관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공직사회가 망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공수처가 수사의 칼날을 과도하게 휘두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신생기관이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고, 권한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과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며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 등 다양한 공무원 범죄에 대한 기준이 현저히 높아지고 공무원 대부분을 옥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당함 지적한 문무일의 용기에 감사“
문무일 검찰총장 .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에 반기를 든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에도 힘을 실었다. 앞서 1일 문 총장은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하는데 현재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공수처 설치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충분한 논의도 하지 않고 각 형사사법기관들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런 와중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그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의견을 냈다. 그 후과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법조의 어른으로서 보인 용기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현직 판사가 검찰 측 입장에 동조한 건 이례적이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현재의 검찰로도 대통령, 대법원장도 구속시키는데 공수처가 왜 필요하느냐”며 “특정 성향의 구성원들로 채워진 공수처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판사든 검사든 제정신이라면 공수처에 찬성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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