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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이 불만 표시한 경찰 정보파트...경찰은 “분리 어렵다”

중앙일보 2019.05.02 15:50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문 총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이다. 출장 일정을 앞당겨 오는 4일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문 총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이다. 출장 일정을 앞당겨 오는 4일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을 9일에서 4일로 앞당긴 가운데 사표를 제출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2004년 6월 법무부와 여권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를 추진하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내 목을 치라”며 맞선 것처럼 이번에도 총장이 직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총장은 지난 1일에는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법안이) 특정한 기관에 통제 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 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경찰에) 부여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문 총장은 그동안 실효적인 자치경찰제와 정보경찰 분리가 수사권 조정과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사법경찰과 검찰을 협력관계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인정하고 검사는 수사지휘 대신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검사들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이 축소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행정경찰과 정보경찰의 분리,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되면 경찰 권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임호선 경찰청 차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소위원회 회의에서 “저희 경찰관들은 누구도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없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행정경찰 역할 중 상징적인 정보파트를 경찰이 놓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 부서가 없어진데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파트도 사라져 요즘 청와대는 경찰에서 올린 세평(世評)만 본다”고 말했다. 경찰에서 청와대에 올린 정보를 다른 기관에서 올린 것과 비교할 수 없다보니 경찰의 입김이 계속 세지고, 인사를 앞둔 검찰 고위직도 뒷조사하는 경찰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문 총장이 사표를 던질 각오를 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2011년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임기를 한 달 여 남긴 상태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 정보파트에서 생산한 정보에 의거해 특정인을 겨냥해 수년간 내사만 하다가 범죄혐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자체 종결해도, 또한 수년간 수사만 하다가 불송치 결정해도 다른 기관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과 경찰청 주최로 열린 '상습 교통위반자 대책 마련 공청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왼쪽)과 윤재옥 의원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과 경찰청 주최로 열린 '상습 교통위반자 대책 마련 공청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왼쪽)과 윤재옥 의원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경찰은 수사권 조정 법안에 나오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과 직무배제·징계요구권 등으로 검찰의 사후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경찰의 수사 진행단계 및 종결사건(송치 및 불송치 모두)에 대한 촘촘한 통제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구조개혁단 핵심 관계자는 “특히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을 경우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넘기도록 돼 있다”며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 임의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치안정보를 수집하고 그걸 토대로 수사하는 게 경찰의 업무인데 그걸 분리하라는 검찰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 세계 어느 경찰을 봐도 정보 수집과 수사를 별도로 진행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김민욱‧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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