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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기억되는 음식, 할머니가 만들어준 계란볶음밥

중앙일보 2019.05.02 15:00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21)
비닐이 없던 시절에는 볏짚을 이용해 계란 꾸러미를 만들어 사용했다. 할머니는 달걀이 모이면 시장에 팔아 집안 살림에 보태곤 하셨다. [사진제공=송상섭(오픈스튜디오)]

비닐이 없던 시절에는 볏짚을 이용해 계란 꾸러미를 만들어 사용했다. 할머니는 달걀이 모이면 시장에 팔아 집안 살림에 보태곤 하셨다. [사진제공=송상섭(오픈스튜디오)]

 
계란처럼 어렸을 적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음식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유처럼 완전식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어린 시절의 옛 생각이 나, 나도 몰래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하고 저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그 흔한 소풍 갈 때의 김밥, 삶은 달걀, 사이다 이야기가 아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도둑질과 평생 그 짓을 끊은 스토리다.
 
나의 첫 도둑질은 집에서 달걀을 훔친 것이다. 1965년, 당시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충청남도 대전의 서대전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농아였던 부모 대신 나를 기른 할머니가 닭 몇 마리를 키우며, 달걀이 모이면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가사에 보태던 시절이다. 워낙 빈한한 시절이었다. 소풍 같은 이벤트 때여야 삶은 달걀을 싸 갈 정도로 달걀은 귀한 식품이었다. 달걀을 훔친 것은 먹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학교 앞에서 좌판의 띠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달고나라고도 한다.
 
설탕을 녹여 소다를 넣고 휘젓다가 별 모양의 틀을 대고 눌러 동그랗게 만든 것이다. 바늘에 침을 묻혀가며 별 모양을 그대로 떼어내면 한 개를 다시 만들어줬다. 맛도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다. 일종의 학교 앞 불량식품에 게임을 더한 것이었다. 한 개에 5원 내지 10원을 하지 않았나 싶다. 집이 가난하니 용돈은 꿈도 꿀 수 없던 때였다. 돈이 없으니 달걀이라도 훔쳐서 할 수밖에. 단 한 번으로 끝났고 별 탈 없이 그냥 지나갔다.
 
내 첫 도둑질은 띠기(달고나) 때문이었다. 일종의 학교 앞 불량식품에 게임을 더한 것이었다. . [중앙포토]

내 첫 도둑질은 띠기(달고나) 때문이었다. 일종의 학교 앞 불량식품에 게임을 더한 것이었다. . [중앙포토]

 
두 번째 도둑질은 5학년 때 했던 것으로 제법 커졌다. 어린 나이로는 소도둑 질이었다. 장난감 권총을 사고 싶어 할머니 지갑에서 1백 원을 훔쳤다. 할머니가 그 날 학교까지 찾아와 돈의 행방을 물었다. 태연하게 시치미를 뗐고 무사하게 지나가는 듯했지만, 이상하게도 바로 그 후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고통이 가시지 않았다. 훔친 것과 할머니한테 거짓말한 대가였다. 결국 훔친 돈으로 산 권총은 내다 버렸고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신기하게도 손버릇이 싹 없어졌다. 인간이 그렇게 크는 모양이다. 진실 되게 살자는 게 내 좌우명인데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다. 6학년이던 1968년 5월, 서울로 전학 오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 충격이 계란프라이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깠는데 주변 학생의 벤또(당시에는 도시락을 일본말로 그렇게 불렀다)를 살피니 밥 위에 계란프라이가 얹어져 있는 게 아닌가? 대전에서는 도시락에 프라이를 얹어 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때도 서울과 지방의 빈부 격차가 심했던 것 같다.
 
이처럼 추억이 가득한 계란을 직접 요리해 아침 밥상에 올리게 된 것은 물론 지난해 밥순이가 되고부터다. 지난해 봄 아내와 홍콩, 심천 등으로 놀러 갔을 때 묵던 호텔의 아침 뷔페에서 오믈렛을 주문했다. 주방장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눈에 쏙 들어왔다. 그는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제법 흥건하게 두르더니 계란 물을 넣고 슬라이스 한 햄, 양파, 피망, 치즈 등을 넣었다. 약한 불로 익히다가 두루 말아 주는데 너무 간단하고 쉬워 보였고 맛도 일품이었다.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 왔을 때 학급 친구들의 벤또(도시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전에서는 도시락에 계란프라이를 얹어오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 왔을 때 학급 친구들의 벤또(도시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전에서는 도시락에 계란프라이를 얹어오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집에 돌아온 뒤로 아침에 종종 해 먹었는데 정말 만들기가 쉬웠고 아내의 반응도 좋았다. 그는 “달걀말이보다 나아요.”라면서 엄지 척이다. 올 초 아시안 투어의 골프대회인 싱가포르 오픈을 참관하러 싱가포르에 들렀다. 그곳에서 묵은 샹그릴라 호텔의 아침 뷔페에서 보니 오믈렛을 하는 법이 조금 달랐다. 이곳에서는 햄, 양파 등을 먼저 식용유를 두르고 볶다가 그 위에 계란 물을 입히고 치즈를 넣었다. 내 생각에는 이 방법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 오믈렛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이 한다. 우선 달걀 2개를 깨 계란 물을 만든다. 프랑크 소시지 반 개, 양파 1/4개, 피망 조금 등을 슬라이스 한 뒤 이를 프라이팬에 볶는다. 물론 소금으로 간하고 후추를 친다. 이 위에 계란 물 넣고 체더치즈를 얹어 약한 불로 익힌 뒤 양쪽 끝을 들어 가운데로 말아주면 끝이다. 아침에 오믈렛과 우유 한 잔이면 식사로 충분하다.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에 있는 피망, 양파, 소시지, 치즈 등의 재료를 꺼내 준비했다(위). 양파, 피망 등을 살짝 볶다가 계란물을 입혀 익힌다(아래). [사진 민국홍]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에 있는 피망, 양파, 소시지, 치즈 등의 재료를 꺼내 준비했다(위). 양파, 피망 등을 살짝 볶다가 계란물을 입혀 익힌다(아래). [사진 민국홍]

 
오믈렛 말고 아침밥으로 종종 해 먹는 게 있는데 바로 계란볶음밥이다. 이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인 90년대 초까지 해주던 별식으로, 그야말로 추억의 음식이다. 당시 나는 조부모, 부모와 함께 아들, 딸까지 총 8가족이 2층 단독주택에 살았다. 기자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참 술자리가 많았다. 취재원과 어울리는 게 기자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술을 많이 마셨다.
 
당시 술을 마셨다 하면 양폭이었다. 위스키 폭탄주란 말이다. 잔에 맥주를 가득 담은 뒤 위스키를 가득 담은 위스키 잔을 그 위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손목에 스냅을 주면서 돌려 회오리주를 만들어 원샷하는 게 일종의 술 문화였다. 늘 대취했고 다음 날 아침이면 밥맛이 없었다. 내가 밥을 안 먹고 출근하려 하면 할머니가 어느새인가 부엌에 나타나 손수 계란볶음밥을 해주며 조금이라도 먹고 회사에 가라고 했다.
 
계란볶음밥은 나름대로 감칠맛이 있어 손쉽게 입에 넘어가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할머니는 평생 손자 사랑으로 살다 가신 분이다. 지금 그런대로 먹고사는 게 다 할머니 사랑과 교육 덕분이다. 나는 요즘 할머니가 해주던 계란볶음밥을 아침 식단에 올리고 있다.
 
오믈렛은 만드는 게 계란말이보다 쉽다. 계란볶음밥도 만들기도 쉽고 맛도 일품이라 아침식사로 최고다.[사진 민국홍]

오믈렛은 만드는 게 계란말이보다 쉽다. 계란볶음밥도 만들기도 쉽고 맛도 일품이라 아침식사로 최고다.[사진 민국홍]

 
프라이팬에 식용유 1/2 큰 술을 두른 뒤 달걀 2개로 만든 계란 물과 진간장 1/2 큰 술로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든 뒤 밥 1공기(찬밥이면 더욱 좋다)를 넣고 볶아주면 된다. 볶은 다음 불을 끄고 깨소금과 참기름 1/2큰술을 넣어 잘 비벼주면 끝이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고소하고 감칠맛이 일품이다.
 
지난달 그믐 동아제약에서 하는 이벤트 매치 대회에 출장 갔다 돌아와서 계란볶음밥에 오믈렛에다 와인을 곁들여 늦은 저녁을 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가정의 달이 시작하는 첫날이다. 부모의 사랑과 교육이 자식을 자라고 영글게 한다. 부모를 대신해 나를 양육한 할머니가 너무 그립다. 눈물이 봄비처럼 뚝뚝 가슴을 울리는 아침이다.
 
오믈렛과 계란볶음밥 만드는 법
[재료]
오믈렛 : 달걀 2개, 프랑크 소시지 1/2개, 양파 1/4개, 피망 조금, 체더치즈, 식용유, 소금, 후추
계란볶음밥 : 달걀 2개, 밥 1공기(찬밥), 진간장 1/2큰술, 식용유 1/2큰술, 깨소금, 참기름 1/2큰술
 
[방법]
1. 오믈렛
- 달걀 2개를 깨서 계란 물을 만든다.
- 프랑크 소시지 1/2개, 양파 1/4개, 피망 조금을 슬라이스한다.
- 슬라이스한 재료에 소금으로 간하고 후추를 쳐서 프라이팬에 볶는다.
- 볶은 재료에 계란 물을 넣고 체더치즈를 얹어 약한 불로 익힌다.
- 양쪽 끝을 들어 가운데로 말아준다.
 
2. 계란볶음밥
- 달걀 2개를 깨서 계란 물을 만든다.
- 프라이팬에 식용유 1/2큰술을 두른 후 계란 물, 진간장 1/2큰술로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든다.
- 스크램블드에그에 밥 1공기를 넣어 볶은 후 불을 끈다.
- 깨소금과 참기름 1/2큰술을 넣어 잘 비벼준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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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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